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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비문 식별…'혁신'인가, '허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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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 기술 업체, 규제샌드박스 등 정부 사업 참여
대한수의사회, 비문 식별에 부정적…"정확도 의문"
업계 "낮은 동물 등록률, 비문 인식으로 높여야"

반려견 비문 이미지[사진=아이싸이랩]

반려견 비문 이미지[사진=아이싸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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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비문(코주름)으로 식별하는 기술을 놓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반려동물 산업에 새로운 먹거리를 가져다줄 혁신 기술이라는 입장과 현장에서 수의사들이 사용을 거부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문 기반의 반려동물 등록서비스를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했다. 규제샌드박스 참여 기업으로 선정된 ‘아이싸이랩’은 2년 동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반려견의 비문을 촬영하는 등 기술 검증에 들어간다. 비문 인식 방식은 법에서 규정한 등록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실증 특례를 승인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동물 등록제를 시행 중이다. 등록 신청 후 동물병원에서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을 받거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문제는 동물 등록률이 2020년 기준 38.6%에 그친다는 점이다. 현재의 동물 등록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동물 등록률을 2024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펫보험 활성화'가 포함돼있기도 하다. 펫보험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동물 등록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2000년부터 사람의 생체인식 연구를 시작한 아이싸이랩을 필두로 비문 인식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들은 비문 인식 기술을 앞으로 반려동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보고 있다. 신민호 아이싸이랩 이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생체 기반의 동물 등록제를 시행하면 거대한 동물 ID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개체별 ID로 복지 증진과 산업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샌드박스에 참여하는 또 다른 반려동물 기업 대표도 "사람의 지문인식과 동일한 비문 인식 기술은 내·외장형 마이크로칩을 대신할 기술"이라며 "유일성, 보편성, 영속성 등을 모두 가지고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사람의 지문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비문의 고유 패턴도 평생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 등록률이 낮은 이유는 내장칩 삽입에 대한 거부감과 낮은 접근성 때문"이라며 "비문 등록기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등록 가능해 동물 등록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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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물병원 업계는 비문 인식 기술 상용화에 부정적이다. 비문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현장에서 수의사들이 사용을 거부한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대한수의사회 정책팀의 김홍석 과장은 "수의사회의 공식 입장은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일원화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동물 등록이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제도가 계속 바뀌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문의 식별력이 학문적으로 검증을 마쳤다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질병이나 외상을 입으면 코주름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간의 검역 과정에서도 반려동물을 내장칩으로 확인하게 돼있다"면서 내장형 칩이 국제 표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한 반려동물 업계 관계자는 "현재 동물보호법상 내장칩을 체내에 삽입하는 시술은 수의사에게만 허용했기 때문에 비문 인식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이해다툼의 문제로 해석했다. 또한 그는 "비문 인식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이 부족함에도 투자 등의 이유로 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홍보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며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스타트업 A사는 최근 비문 인식 기술 개발을 후순위 사업으로 전환했다. A사는 비문 인식 솔루션을 활용해 보험상품까지 상용화했지만 현재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년 동안 실증 특례를 진행하면서 기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 등록제를 개편할지, 지금의 방식을 이어갈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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