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21일 ‘막무가내식 예산 삭감에 민생 실종’이라는 제하 보도자료 발표한 데 대해 길기영 중구의회 의장 23일 '중구의회 예산 심의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 -‘의회 예산 심의권은 지방자치법과 주민이 부여한 의회의 고유 권한’이란 논평을 내고 반박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과 중구의회(의장 길기영)이 2023년 예산안 삭감과 관련,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갈등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구는 20일 열린 제275회 중구의회 정례회 폐회식에서 ‘구민은 안중에도 없이’대폭 삭감된 2023 본예산과 미회부된 안건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총 5756억원 규모의 2023년 사업예산안은 5565억원으로 최종 수정 가결됐다. 일반회계(5251억원)는 약 187억원 삭감, 특별회계(505억원)는 2억3900만원 삭감됐다. 총삭감액은 190억원이다.
이에 대해 길기영 중구의회 의장은 23일 '중구의회 예산 심의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 -‘의회 예산 심의권은 지방자치법과 주민이 부여한 의회의 고유 권한’이란 입장문을 내고 집행부를 비판했다.
길 의장은 "중구청장은 주민의 대의 기관인 중구의회의 신중한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소통과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길 의장 입장문
21일 중구청은 ‘막무가내식 예산 삭감에 민생 실종’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하나가 되는 중구, 함께하는 중구라는 기치로 화합과 소통을 강조했던 민선 8기 중구청은 30일의 의사일정 끝에 마지막으로 치뤄진 제275회 정례회 폐회식에서 끝내 어그러진 행보를 보이고 말았다. 이른바 ‘막무가내식’ 쳐내기로 구민의 소중한 예산을 볼모로 삼았다는 독설로 의회를 비난한 것이다.
그리고 22일 ‘주민생활예산 전면삭감 중구의회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어 의회를 비난하고 중구민을 기만하고 있다.
민선 8기를 시작하는 구청장은 핵심 공약 사업추진을 시작하는 사실상 첫해가 될 내년도 예산안에 여느 때보다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겠으나,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구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동반자인 의회에 주요 정책 추진이나 사업 예산에 대한 설명이나 협조를 가볍게 생략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에 의회로서는 어느 정책이 시급하고 우선하는지 가늠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또한, 주민 참여 행사에 주민의 대표인 구의회 의원을 배제하는 등 의회를 부인하고 존중하지 않는 그릇된 모습을 보였으며
‘어린이집 직영 및 초등돌봄 교육청 이관 추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학부모들 사이에 뜨거운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학부모 의견수렴을 위해 의회가 공청회를 주최하자 참석하지도 않았었고 이후 구청 측이 주최한 공청회에는 아예 의회를 부르지도 않는 등 ‘각자 제 갈 길을 가자’라는 식으로 구정 운영의 동반자인 의회를 경시해왔다.
그리고 주민이 선택한 김길성 구청장의 당선은 존중하지만, 간신히 489표의 근소한 차이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었고 구청장의 공약사항과 핵심 추진 사업은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할 법규가 아닌 정치적 산물일 뿐이다.
즉, 우리 중구민 모두의 생각과 의향을 담았다고 확언할 수는 없는 것이며 구민 모두를 대표하는 의회가 당연히 구청장의 핵심 공약사항에 대해 무조건 동의하고 예산을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2023년 본예산은 새해 12만 구민의 복리증진과 지역발전에 쓰일 귀중한 재원이기에 의회는 작금의 경기침체 상황과 재정 운영 상태가 전국 자치단체 중 몇 안 되는 불건전한 자치단체로 선정되는 등 중구의 어려운 현 재정 상황 등 대내외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심사숙고해서 어렵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일례로 제출된 1) 지역 축제등과 관련된 사업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 우리 중구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 시급한 사업이라 보기 어려우며,
2) 관련 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고스란히 확인 된신규 공단 이사장의 인건비 일부와 내년도 공단 관련 일부 사업도 향후 경영 성과를 반영해 예산을 책정함이 바람직할 것이고,
3) 민생경제와 직결된 도심산업·전통시장·사회적경제과 예산의 경우 제출한 예산 113억 가운데 겨우 9억만 삭감했는데 지역경제 활성화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구청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아전인수식 저격성 발언일 뿐이며,
4) 구청장의 핵심 공약인 도심 개발 관련 사업은 민간 참여가 수반되는 중구의 오랜 염원 사업으로서 의회 또한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만, 고금리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와 건설경기가 12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며 경제가 악화 일로를 걷는 현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추진은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삭감이었고 애초 경기침체가 예견된 상황에서 사업 타당성 등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불완전한 공약이었으며,
5) 인사권을 가진 구청장이 사람을 마음대로 채용하는 것은 자유지만 의회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채 본인의 공약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직원을 막무가내로 뽑고 의회가 직원생계가 걸린 예산을 볼모로 제동을 걸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민선 7기 때도 이와 같이 예산 확보도 없이 막무가내로 조직을 신설하고 직원을 채용해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던 유사한 사례가 있었기에 재발 방지 차원에서 삭감했을 뿐, 구청 사업에 제동을 걸 의향은 전혀 없으며 기존 유능한 구청 공무원이 많이 있으므로 막무가내로 채용한 직원들이 없어서 사업수행에 제동이 걸리기는 만무하다.
일부 중구청이 제출한 안건이 상임위에 회부 하지 않아 심사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하지만 실체적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7) 서울특별시 중구 어르신 교통비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은 당초 구청장이 공로수당(영향더하기 사업)을 5만원 추가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후 교통비로 대체해 임기내 연차적으로 5만원까지 인상해 지급하겠다며 구민의 동의없이 공약을 바꾸었다. 어르신 여론을 수렴한 결과 영향 더하기 사업을 더 원하고 있어 당초 공약을 먼저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례안건 회부를 늦추고 있었던 것이지 이유없이 미회부한 것이 아니다.
8) 서울특별시 중구 출산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그동안 우리 중구는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해당 조례를 여러 차례 개정해 가면서 출산양육 지원금을 확대 지원해 왔지만 출생아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의회에서는 지역 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산장려책을 획기적으로 발굴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었다.
하지만 중구청은 의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뜬금없이 출산양육 지원금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개정안을 또다시 제출했고 이에 대한 협의와 조율과정이 필요해 조례개정 안건 회부를 늦추고 있었던 것이지 이유 없이 미회부한 것이 아니다.
보다시피 우리 의회는 합리성과 인과성을 바탕으로 2023년도 본예산을 심도 있게 심의하였다. 그러나 구청은 다수 언론사를 통해 민생과 직결된 의원 증액 예산은 무시하고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은 모두 타당하니 의회가 삭감하면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워 양보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행태를 보이더니 이제는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를 단행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구의회가 이번에 삭감한 예산도 내년 상반기에 추경이 예정된 만큼 의회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친다면 반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의회가 신임 구청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반응은 구청과 집행부의 오랜 행정 신뢰와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다.
지난 민선 6기, 7기 의회와 구청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모든 피해가 구민에게 돌아갔다. 새롭게 중구의 미래를 설계하고 지역발전에 의회와 구청이 서로 힘을 모아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구청은 협치의 대상인 의회를 반목의 대상으로 삼아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디 과거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막말을 거두고 소통과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소망하며 의회와 집행부가 상호존중과 소통을 통해 구민 행복과 구민 복리증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구현하는 미래지향적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한편 중구의회는 민선 8기 들어 국민의힘 소속 길기영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장 가처분 신청까지 내는 사태로 발생하면서 내부 갈등도 계속되면서 중구청 집행부와 이처럼 손발이 맞지 않아 후유증이 상당히 진행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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