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위기·경기침체 우려에 시장확대 주춤
"2030년 '1위 왕좌' 테슬라·4위에 애플" 예상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세계 자동차 산업 경영진들이 2030년 판매될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40%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만 해도 10대 중 7대로 예상되던 전기차 비중 전망이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배터리로 가동하는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데다 경기 침체 우려와 공급망 이슈가 지속돼 전기차의 시장 진입이 예상보다 더뎌질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는 20일(현지시간) '연례 자동차 경영진 설문조사' 보고서를 통해 올해 10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인사 9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최고경영자(CEO)급 응답자 200여명, C 레벨 경영진 200여명 등이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에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은 10~40%로 전망됐다. 지난해 20~70%로 전망됐던 것을 고려하면 30%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기차 판매 비중이 신차 시장의 3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 예상치(65%)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급등과 높은 기준금리가 내년 전기차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도 76%나 나왔다. 실제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 이후 할부금리 등을 염두에 둔 소비자들로 인해 신차 수요가 줄어드는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개리 실버그 KPMG 자동차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CNBC방송에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낙관론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단기적으로 현실주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문제와 경기침체 우려 등이 전기차 생산량을 압박하면서 시장 비중을 높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CNBC는 미 연방정부의 인센티브 규정이 강화되고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으며, 자동차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점이 전기차 낙관론을 흔들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로랑 드 플라스 KPMG 자동차 부문 책임 파트너는 "자동차 산업이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높은 에너지 가격이라는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연기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KPMG는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늦춰지는 현상이 인도, 브라질,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인프라 부족으로 자동차보다는 이륜차 등의 수요가 높고, 브라질은 전기차로의 전환보다는 에탄올과 같은 대체 연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순수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2030년에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1위 업체는 현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로 전망됐다. 지난해에도 테슬라는 1위 업체로 예상됐다. 다만 올해는 다른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위였던 BMW는 올해 3위로 밀리고 그 자리를 아우디가 대체했다.
애플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애플이 2030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응답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9위에서 올해 4위로 순위가 올라갔다. 애플은 아직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생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애플이 소위 '애플카'를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 업체와 접촉해 자율주행차 등을 논의,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KPMG 설문조사 응답자 3명 중 2명 이상은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진입, 자체 브랜드 자동차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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