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27곳의 3분기 우발부채 45조로 전년 동기 대비 11.09%↑
자기자본 대비 비중 커져 … 하이·메리츠·다올·한투 부담 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증권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 규모가 45조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시장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 증권사가 부담을 떠안안야 할 수도 있어 언제든 '우발부채'에서 '부채'로 둔갑할 수 있어서다. 중소형 증권사는 물론 대형 증권사도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이 80%~90%에 이르러 자산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15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27곳의 3분기 기준 우발부채 규모는 45조1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0조6161억원)과 비교해 11.09% 증가했다. 증권사의 우발부채는 주로 부동산 PF와 관련된 것이다. 통상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늘어나면 우발부채도 증가한다. 우발부채는 확정되지 않은 부채다. 그러나 차환 발행에 실패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언제든 증권사가 갚아야 하는 부채로 확정된다.
부동산 시장 전망 등 경계 상황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우발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자산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용보강을 제공한 증권사와 건설사는 PF 사업 단계에 따라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는데, 최근 대두된 리스크는 사업 기간이 장기인데 비해 자금조달을 단기로 잡은 데 따른 차환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등에 대한 신용공여 확대 과정에서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지표가 다소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본 규모가 적고 사업에서 IB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지표 하락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증권사들이 신용이나 유동성을 공여한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73.5%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며 "차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부동산 PF 시장"이라며 "부동산 PF가 문제없이 상환, 차환되려면 부동산 경기가 중요한데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줄고 가격도 떨어지는 등 침체 우려가 커서 부동산 PF 차환이 원활히 이뤄질지 걱정"이라고 짚었다.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우발부채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9.4%에서 1년 새 88.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우발부채 규모는 3조6494억원에서 5조5381억원으로 증가했다. KB증권의 경우 76.4%에서 81.4%로 증가했다. 우발부채 규모는 4조1246억원에서 4조8303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비중은 26.6%로 집계됐지만, 이 역시 지난해(18.1%)보다는 늘어난 수치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케이프증권의 증가율이 눈에 띈다. 지난해 3분기 100억원에서 올해 3분기에는 9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4.1%에서 34.8%로 큰 폭 증가했다.
증권사 중에서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이 큰 곳은 대부분 중소형사다. 가장 높은 곳은 하이투자증권이다. 3분기 기준 95.4%(1조3577억원)다. 이어 메리츠증권(93.4%, 5조243억원), 다올투자증권(93.0%, 6460억원), 한국투자증권(88.4%, 5조5381억원), 대신증권(85.0%, 1조737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금융2실장은 "일부 증권사의 우발부채 증가로 자산건전성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용등급 A2+ 이하 증권사의 경우 실질 자산건전성 저하가 뚜렷한 상황이어서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은 일부 증권사들이 부동산 PF를 과다하게 취급한 것으로 보고, 부동산 PF-ABCP 비중이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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