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 시한인 오늘까지 협의 진척 없어
늦으면 오늘 저녁까지 협상 계속될 전망
국회의장 15일 본회의 개의 여부 관건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야당이 예산안 합의 시점으로 못 박은 14일이 됐지만, 여전히 협상에 진척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가 법인세 감세 등을 두고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이날 저녁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당은 내일(15일) 본회의 전 단독 수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여당은 오늘까지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끝내 윤심을 따르느라 민심을 져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초부자감세를 저지하고 국민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내일은 반드시 처리해야 하므로 데드라인은 분명히 오늘까지"라고 협상 시한을 못 박았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오늘까지 협상이 안 되면 내일 단독 수정안을 발의하겠단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오늘까지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여야는 주요 쟁점인 법인세와 관련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법인세 3% 인하·2년 유예’가 담긴 중재안을 수용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에도 양당 원내대표는 의장 주재로 비공개 회동을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도 박 원내대표는 "과세표준 2~5억원 구간의 5만4000여개 중소기업·중견기업의 세율을 10%로 낮춤으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법인세 감면 이행에는 협조를 해주겠다는 데도, 여기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정작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초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만 혈안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초부자감세라는 낡은 이념의 포로가 돼서 이게(협상이)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며 "당장 세수를 좀 적게 받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수행을 해볼 만한 제도다. 민주당에서 전향적으로 검토를 해주십사 하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협상에 진전은 없다"고 말했다.
‘서민 감세’를 기조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마련한 감액안에도 국민의힘은 완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감액안의 골자는 법인세·종합소득세·조세특례세 등의 일부 감액을 추진하고 윤석열 정부의 정부 조직 운영 예산 등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신들 정권 때 세금폭탄으로 세금을 올려놓고, 그거 조금 깎는 것을 ‘서민 감세’라고 한다"며 "예산을 볼모로 한 정권 발목잡기를 즉시 멈추고, 서민들이나 어려운 기업에 가는 예산이 즉시 집행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비판하며 사실상의 협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감액 중심의 단독 수정안을 준비해 둔 상황이다. 전날 박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수정안의 내용을 전달한 뒤 내용을 논의했다. 그는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이미 공표한 대로 감액 중심의 수정안을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고 지금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9월부터 정부여당이 준예산 편성을 주장할 것을 대비해 수정안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최고위 관계자는 "여당 쪽에서 이미 9월부터 준예산을 언급해서 당에서도 수정안을 준비해왔다"며 "이미 300페이지에 달하는 수정안을 마련해뒀으며 예산 규정에 걸리는 부분이 없어서 정부여당에서도 이를 막아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늦으면 이날 저녁까지 협상이 완료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내일 본회의 개의 전 단독 수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이 "15일 오후에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그때 제출된 예산안이 정부안이든 민주당 안이든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만큼, 이날 본회의 개의와 함께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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