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소위 상정은 됐지만 여야 의원 간 논의조차 안해…뒷전으로 밀려
개정안 통과돼도 유예기간 거쳐 시행까진 최소 1년 이상 걸려
"2023년부터 시행될 거라는 것은 잘못된 정보…내부 논의 중, 결정된 것은 아직 없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윤석열 정부가 내년부터 한층 강화된 저출산 정책들을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육아휴직 1년 6개월 확대'는 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어 시행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국회는 일각에서 기대하는 내년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환노위 소위에 상정은 됐지만, 여야 의원 간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노위 관계자는 "안건 상정은 양당 간사가 결정 권한이 있지만, 육아휴직 확대 개정안은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현안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실제 11월 17일 진행된 환노위 소위에서는 해당 법안이 상정되긴 했지만, 회의록에는 육아휴직 관련해 언급된 게 한 마디도 없었다.
현재 환노위에서 쟁점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이 법은 민주당이 주도, 국민의힘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임시국회에서도 육아휴직 확대 개정안은 기타 쟁점 법안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유예기간을 거쳐야 하므로 각 사업장에 적용되기까진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 1년 6개월 확대는 내후년에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정부의 국정과제이지만, 정작 여당은 해당 법안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추진력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오히려 관련 법에 대해선 야당인 민주당이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육아휴직 확대 내용이 담긴 전 의원안 외에도 민주당 소속 이수진 의원(명예고용평등감독관 관련 개정), 박성준 의원(육아기 재택근무·원격근무 허용), 정일영 의원(성별 상관없이 난임치료휴가)이 대표발의해 환노위에 상정돼있다.
전 의원실 측은 "현재 상정된 법안 중 육아휴직 확대를 법으로 통과시키려면 전 의원안을 중심으로 심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안이 낸 개정안에는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기간을 현재 '1년'에서 '2년'으로 각각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각각 1년씩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를 2년으로 늘리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육아휴직 기간 확대 시 사업주의 부담 가중, 여성 근로자의 고용 기피, 경력단절 심화 가능성 등이 우려돼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 기간 연장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육아휴직 사용기간 확대는 윤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 ▲부모급여 월 70만원 지급 ▲출생아에 첫만남이용권 200만원 지급 등의 정책을 내놨다. 통상 정부 정책에 야당이 반대하는 모습을 취해왔던 것과 달리, 1년 6개월과 2년 사이 일정만 조율하면 될 것처럼 보였던 육아휴직 확대 개정안은 "내부 논의 중"이라는 정부와 "시급한 현안 처리 우선"이라는 국회 사이에서 공회전하다 해를 넘기게 될 전망이다.
육아휴직 확대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다렸던 부모들은 기대감이 무색하게 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률안 개정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아직 정부안도 나온 게 없다"며 "2023년부터 시행될 거라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정책 방향 발표 때에도 내년에 시행된다고 한 적은 없었다"면서 "현재로서는 내부 논의 중인 단계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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