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계란 한 판(30구) 가격이 다시 70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겨울철 들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계란값은 최근 석 달 연속 뚜렷한 상승세다.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뛴 가운데 서민 식탁의 대표 먹거리인 계란까지 가격불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해외로부터 다시 계란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2월 평균 계란(이하 특란 30구 기준)값은 6730원으로, 평년(5558원) 대비 1000원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6920원까지 치솟았던 계란값은 차차 하락해 10월 6508원까지 떨어졌으나,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200원 넘게 올랐다.
안정을 찾아가던 계란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시기는 겨울철 AI 확산기와 겹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북 예천군 소재 한 가금농장에서 하반기 들어 첫 AI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총 37건(12월9일 오후 5시 기준, 확진 36건·검사 중 1건)의 확진 및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이곳저곳 지역을 옮겨 다녀 AI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야생조류에서 총 96건(확진 80건·검사 중 16건)이 발생했다. 올해 철새 개체 수가 지난해에 비해 약 17% 늘어나면서 AI 검출 건수도 4배가량 폭증했다. 정부는 그간 가금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살처분 범위로 '반경 500m'를 적용해 왔는데, 전날 위험성이 커진 전남 무안·함평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2km'로 그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직 AI 최위험기가 남았다는 점이다.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매년) 12월에서 1월이 겨울 철새가 가장 많이 도래하는 시기여서 위험성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작년, 재작년을 분석해보면 이 시기에 전체 AI 발생 건수의 66%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추세라면 계란값은 조만간 7000원대에 올라설 전망이다. 정재환 축산경영과장은 "계란 가격이 7000원을 넘어가면 소비자 부담이 워낙 커져서 신선란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2017년과 지난해에는 미국산 계란을 수입했었는데, 올해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등 수입선 다변화를 검토 중이다.
다만 2년 전 ‘계란 대란’ 사태가 벌어졌던 때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2020~2021년 동절기에는 AI 발생 시 살처분 범위(3km)가 워낙 넓어 실제 계란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올해의 경우 원가인상 영향이 커 계란 수입에 따른 가격안정 효과를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다. 정 과장은 "시장에 물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료값 등 모든 생산비가 다 오르는 상황이어서 (계란 공급) 물량이 변동 없거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예년처럼 확 낮아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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