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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중국식 위드코로나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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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내의 한 대형 쇼핑몰 내부. 방역 지침 완화로 PCR 검사 결과 없이 입장할 수 있게됐지만, 가게들은 여전히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사진= 김현정 특파원)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내의 한 대형 쇼핑몰 내부. 방역 지침 완화로 PCR 검사 결과 없이 입장할 수 있게됐지만, 가게들은 여전히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사진=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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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드디어 상황이 좀 좋아지는구나. 축하한다."


지난 며칠, 한국으로부터 축하와 위로의 연락을 받았다. 가족과 친구들은 곧 얼굴을 보러 갈 수 있는 것이냐며 이곳의 분위기를 묻는다. 변화는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 야외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는 더이상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으며, 도시 간 이동도 과거 대비 자유로워졌다. 코로나19 확산을 두렵게 만들었던 시설격리 기준도 대폭 완화돼,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경우 자가격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가장 큰 개선사항 중 하나다. 위안화 가치와 중국 기업 주가가 회복되는 것을 보면 시장은 지금을 '위드코로나' 초입쯤으로 여기지 않나 싶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과학과 편의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어쩐지 미묘하게 뒤틀려있다. 방역 완화 내용이 파격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백지 시위의 승리, 제로코로나의 폐지로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풀었지만 풀지 않았고, 없앴지만 없애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PCR 검사다. 지난 7일 국무원은 '우선 요양원, 복지시설, 의료기관, 어린이집, 초·중등학교 등 특수장소 외에는 PCR 음성 확인서와 건강 코드를 확인하지 않는다'고 공표했지만, 베이징시 방역 당국은 같은 날 식당이나 카페, 술집, PC방 등 출입에는 48시간 음성확인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부 지침은 각 지역 당국에 맡기는 이곳의 행정 시스템에서 국무원의 발표는 큰 틀일 뿐, 철칙은 아니다. PCR이라는 번거로움으로부터의 해방은 삼시세끼를 모두 집에서만 해결하고, 외부인과의 만남은 영하의 공원에서만 가질 계획인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지난 9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내에 위치한 한 약국 앞. (왼쪽) 방역 당국의 제로코로나 완화 발표 이후 매일같이 해열제 등 비상약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대기줄이 늘어선다. (오른쪽) 일부 약품은 동이나 약국 측이 물건이 없다는 안내문을 써붙여놨다. (사진= 김현정 특파원)

지난 9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내에 위치한 한 약국 앞. (왼쪽) 방역 당국의 제로코로나 완화 발표 이후 매일같이 해열제 등 비상약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대기줄이 늘어선다. (오른쪽) 일부 약품은 동이나 약국 측이 물건이 없다는 안내문을 써붙여놨다. (사진= 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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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제는 곳곳마다 운영되던 PCR 검사소가 소리소문없이 폐쇄된다는 것. 어제는 열고, 오늘은 닫고, 내일은 열지 닫을지 알 수 없다. 오전엔 운영하다가, 오후엔 검사원들이 싹 사라진다. 지인들이 모여있는 단체 위챗(중국의 메신저) 방에서는 지금 어느 검사소가 열려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수시로 공유된다.

운영 중인 검사소를 찾았다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이달 초부터 베이징에서는 PCR 검사를 받아도 그 결과가 앱에 입력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처음엔 단순 오류라고 생각됐지만, 상황은 동시다발적이고 지속적이다. 검사업체가 일부러 입력을 하지 않고 있단 얘기다. 검사소 창구에는 버젓이 "우리도 모르니, 왜 안 나오냐고 물어보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과거에는 전날 받은 PCR 검사 결과가 최소한 이튿날 오전까지는 건강 키트에 업데이트돼 식당이나 카페의 출입증처럼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에 세 번을 받아서 겨우 결과를 받았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기자 역시 외부에서의 점심이나 저녁 식사가 예정돼 있다면 '복불복 검사 결과'를 감안해 일정 이틀 전부터는 문을 연 검사소를 찾아 '1일 1+∝면봉' 미션을 수행한다. 베이징 방역에 PCR 편의성 지수라는 게 있다면 단언컨대 방역완화 이전보다 곤두박질쳤을것이다.


베이징은 어느 때보다 더 '유령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차오양구의 경우 식당들은 십중팔구 아예 장사를 하지 않거나, 배달 영업만 한다. 출입이 자유로워진 쇼핑몰도 입구만 열렸다 뿐이지,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갈 곳이라고는 화장실뿐이다.


중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한인 교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지금이 가장 최악"이라고 말한다. 자영업자는 가게를 열지 못하고, 구매대행을 하는 사장님은 택배가 멈춰 눈앞이 깜깜해졌으며, 회사원은 여전히 재택을 하고, 학부모들은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있다. 이런 일상도 '위드코로나'라고 할 수 있다면, 본인은 그 앞에 반드시 '중국식'이라는 사족을 달겠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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