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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페루 첫 서민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감자' 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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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이후 비료가격 폭등
감자파종 예년 30% 그쳐…식량난 심화

최근 의회의 탄핵으로 축출된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의 모습.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최근 의회의 탄핵으로 축출된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의 모습.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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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축출된 페루의 정정불안이 계속 심화되고 있습니다. 나라 전체가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으로 갈라지며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탄핵 직후 경찰에 체포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멕시코로 망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장기 혼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정불안의 기반에는 페루의 주식이자 주요 식량인 감자 흉작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지난 2018년에 정치에 입문한 디나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의 정치력도 현재의 국정 상황을 정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정권 교체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임 16개월만에 탄핵 축출…"멕시코로 망명할 것"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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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날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파블로 몬로이 페루 주재 멕시코대사와 만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멕시코로 망명하겠다는 신청서를 전달했습니다.

멕시코 외교부 장관이 트위터에 공개한 요청 서한에 따르면 해당 변호인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압을 받고 있다면서 망명을 승인해달라고 호소했죠. 변호인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사법기관의 근거 없는 박해를 받고 있다"며 "국가의 모든 기관을 장악한 이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완전히 고립됐다"고 신청서에 게재했습니다.


앞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페루 의회의 탄핵 표결 직전 망명 시도를 위해 리마에 있는 멕시코대사관에 가려했지만, 탄핵 직후 경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페루 국내에서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복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커지면서 그가 멕시코로 망명할 경우 정정불안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죠.


멕시코 정부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 망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페루 의회의 탄핵 가결을 두고 "엘리트 정치 집단이 합법적으로 구성된 정부를 흔든 '소프트 쿠데타'라며 "카스티요는 괴롭힘과 대립의 희생자"라고 이번 탄핵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페루 주식인 감자 생산 급감…경제난에 식량난 가중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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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페루의 탄핵사태는 단순히 의회와 내각이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만으로 이뤄지진 않았는데요. 실제 민심을 크게 요동치게 한 것은 페루의 주식인 '감자' 흉작이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페루의 감자파종은 전년보다 30%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러시아에서 주로 수입해오던 비료공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인데요. 페루가 특히 러시아산 비료 의존도가 75%로 매우 높아 전쟁으로 러시아 비료 수입이 급감하면서 비료가격이 전년대비 3~4배 정도 폭등하면서 감자파종이 크게 줄어든 것이죠.


지난 10월에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명령으로 페루 해군이 인근 도서지역에서 새똥을 모아 비료를 공급하는 대안까지 발표했습니다. 구아노라 불리는 이 새똥 비료는 화학비료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진 않지만, 생산량이 전체 비료수요의 4~5% 정도에 불과해 비료가격을 잡는데는 실패했죠.


그러자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인 페루 농민들이 카스티요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됐습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페루 역사상 처음으로 엘리트 관료계층이 아닌 빈농 가정 출신임을 강조해 집권했던 서민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농민들이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후 페루 정치권 내에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얽힌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아래까지 곤두박질 쳤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문제가 한 나라의 정권을 무너뜨린 주요 사례로 남게 된 것이죠.

◆정치신인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잔여임기 채울지 미지수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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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볼루아르테 대통령도 현재 혼란상황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제 정치경력이 시작된 지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는 신출내기 정치인이 독자세력 없이 대통령직에 갑자기 오른데다 여전히 탄핵 찬반 시위가 격렬하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죠.


영국 BBC에 따르면 변호사 출신인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구청장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페루 정계에 입문한 새내기 정치인입니다. 이후 지난 대선 때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목되면서 중앙정계로 진출하게 됐는데요.


심지어 그동안 치른 선거도 모두 낙선했습니다. 2018년 리마 수르키요구 구청장 선거에서 4%도 안 되는 득표율로 낙선했고, 2년 뒤 의회 보궐선거에서도 저조한 성적으로 떨어졌습니다. 한마디로 본인의 정치적 지지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국가지도자로 올라선 셈이죠.


이로인해 페루 안팎에서는 그가 2026년 7월까지로 예정된 잔여임기를 모두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페루 정치권 내에서도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줄여 조기 대선을 치뤄야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결국 경제난과 식량난이 해소되기 전에는 누가 집권해도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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