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단독]'여수 금오도 살인사건' 남편, 부인 사망보험금 12억 청구 소송 패소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대법원에서 살인죄 무죄 확정받았는데 보험금 소송 전부 패소
사고 발생 전 보험 6건 가입… 보험금 12억원 청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단독[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김대현 기자] 선착장 경사로에서 차의 기어를 중립에 놓은 채 하차해 바다에 추락한 차에 타고 있던 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던 '여수 금오도 살인사건'의 남편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10억원이 넘는 부인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9일 전부 패소했다.


이 남편은 형사재판 1심에서 살인죄 유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죄만 유죄가 인정됐고, 대법원에서 살인죄 무죄를 확정받았는데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해 판결이유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정재희)는 이날 '여수 금오도 살인사건'의 남편 박모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롯데손해보험, 신용협동조합중앙회 등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씨는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 직포마을 선착장에서 아내 A씨(사망 당시 47)를 제네시스 승용차와 함께 바다에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아내와 선착장에서 머물던 박씨는 후진하다가 추락 방지용 난간을 들이받고 차 상태를 확인한다며 혼자 운전석에서 내렸는데, 박씨가 하차하기 전 차에서 냄새가 난다며 뒷좌석 창문을 7cm 열어둔 것을 검찰은 차가 빨리 가라앉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살인죄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2심은 살인죄 무죄를 선고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 유죄를 인정,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지만, 피해자의 사망이 박씨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에서 살인죄 무죄를 확정받은 뒤 박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부인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박씨는 사고 2개월 전 자신을 보험금 수령자로 하는 보험 2건에 가입하는 등 사고 발생 전 모두 6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중 일부 보험은 사고 발생 20여일 전 혼인신고를 마친 뒤 보험 수익자를 자기로 변경했다. 박씨는 이번 소송에서 메리츠보험을 상대로 10억원, 나머지 두 곳에 각 1억원 등 총 12억원을 청구했다.


아직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재판부가 어떤 이유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상법 제659조(보험자의 면책사유) 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차량 추락사고가 박씨의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로 인정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또 부인의 사망 사고가 박씨의 중과실로 발생했다고 인정될 때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를 면할 수 있다.


재판에서 보험사들은 ▲고의에 의한 살인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성립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재판과 달리 민사재판에서는 상대적으로 입증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에 간혹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난 경우에도 민사재판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는 등 이유로 재판부가 판단을 달리 하는 경우가 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이와 연계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민사소송에서는 보험금 부지급 내지 부분지급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박씨는 메리츠보험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었는데 스스로 아내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사망보험을 유치하면서 보험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아내의 연봉 등을 실제보다 높게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박씨의 이 같은 행동들에 비춰 이 사건 보험계약들은 부인의 사망을 예견한 박씨의 기망에 따라 착오에 빠진 보험사들이 체결한 사기 계약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판결이유는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보험금 전액에 대해 보험사의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재판부가 부인의 사망에 대한 박씨의 고의 내지 중대한 과실을 인정해 보험금을 노린 부정 가입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재영·이주은 변호사와 대륙아주의 남동환·이은성 변호사가 메리츠보험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박씨의 소송대리는 법무법인 동인이 수행했다.


'여수 금오도 살인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지는 등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사건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