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0세에 KPGA 프로 선발전 통과, 역대 '최고령'
"도전 통해 힘든 시기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 주고파"
[아시아경제 최태원 기자] "도전 정신은 나이와 상관없습니다. 힘든 시기, 많은 분이 희망을 얻길 바랍니다."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프로 선발전에서 최고령으로 선발전을 통과한 허송(60) 프로는 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프로에 도전하는 걸 생각할 수 없는 나이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KPGA 프로 선발전은 상위 50명만 통과할 수 있다. 허 프로는 9오버파를 기록, 16오버파였던 50위권을 가볍게 넘기고 당당히 프로가 됐다. 만 17세 이상 참가할 수 있는 프로 선발전에는 10대와 20대 프로 지망생이 주로 참가한다. 모두 전문 코치와 함께 전업으로 투어프로를 꿈꾸는 이들이다. 단신(162cm)에 고령인 허 프로가 통과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허 프로의 본업은 트로트 가수다. 공연을 통해 수입을 얻던 허 프로는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행사가 줄면서 실업 상태에 빠졌다. 어려움을 겪던 중 고향 지인의 소개로 생활비를 벌자는 마음에 골프 레슨을 위해 고향인 강원도로 향했다. 프로 도전에 나선 것도 생계를 도와주던 지인들에게 당당하기 위해서였다.
허 프로는 "화장실을 다녀오다 우연히 지인분이 친구에게 왜 내가 티칭프로임에도 비싼 레슨비를 받는지 에둘러 설명하는 얘길 들었다"라며 "지인분께 너무 민망하고 죄송했다. 투어프로가 돼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당당해지고 싶었다"라고 프로 도전 동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예선은 매번 통과했지만, 본선에서 3번 연속 떨어지며 도전을 포기해야 하는 회의감이 덮치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이 다시 한번 허 프로를 일으켰다. 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생계와 훈련비를 지원해주는 등 응원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허 프로는 "이름이 허송이라고 허송세월 보내고 싶진 않았다. 매일 아침 6시에 산악자전거를 두시간씩 타고 훈련 도구를 직접 만들어 가며 도움을 준 분들께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선발전엔 운도 따랐다. 선발전 양일에 걸쳐 네클럽 정도의 역풍이 분 것이다. 고령에 단신인 허 프로에게 가장 큰 걱정은 비거리 문제였다. 프로지망생들이 대개 300m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는 260m에 불과했다.
허 프로는 "날씨가 너무 안 좋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비거리가 짧아 매 홀 1타씩은 더 쳐야 했는데 강한 역풍으로 젊은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이 됐다"라며 "라운딩 경험이 많고, 쇼트게임에 자신이 있던 내게 천운이 따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허 프로는 1부 투어를 누비는 연예인이 되려는 새로운 꿈을 꾼다. 탤런트 류용진과 홍요섭, 개그맨 최홍림, 가수 이훈성 등이 KPGA 프로 자격을 따냈지만 1부 투어를 누빈 이는 전무하다.
허 프로는 "현실적으로 2부 투어 예선 등을 뛰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시니어 투어에서 60위권 안에 두 번 이상 들면 1부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최초의 1부 투어를 누비는 연예인 출신 프로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허 프로는 자신의 도전하는 모습이 힘든 시기를 지내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허 프로는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꼭 이룰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분이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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