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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시녀' 제도 없앤다…흑인에게 "어디서 왔냐" 여파

최종수정 2022.12.03 15:56 기사입력 2022.12.03 13:00

시녀 대신 ‘왕비의 동반자들’로 개편해 역할 축소
6명으로 시작했다 인종 차별 발언으로 1명 즉각 사임

영국 커밀라 왕비가 수백년 동안 이어져 온 시녀 제도 대신 '왕비의 동반자들'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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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부인인 커밀라 왕비가 수백 년 동안 존재한 왕실의 시녀 제도를 폐지했다.


최근 BBC 등 영국 현지 언론들과 외신에 따르면 커밀라 왕비는 전통적인 '시녀(Ladies in waiting)' 조직을 보다 현대적인 '왕비의 동반자들(Queen's Companions)'로 개편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왕실의 변화에 대해 영국에서는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9월 8일에 사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직후 영국 언론들은 이미 이러한 전환의 가능성에 대해 미리 보도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는 '모시는 여자, 시중드는 여자'라는 의미인 '시녀(侍女)'가 갖는 어감과 영국의 시녀 개념은 확연히 다르다. 시녀는 중세 시대 때부터 존재해 왔는데, 여왕이나 왕비의 개인 비서와 충실한 친구 역할을 주로 한다. 따라서 천민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조선의 궁녀와 달리 영국의 시녀는 귀족 출신이다.


과거 시녀들은 여왕과 왕비의 옷 입기나 목욕 시중까지 들었다. 한때는 유급 하인이었지만, 군주제가 강화될수록 고귀한 혈통을 지닌 사람들만이 군주 가까이에서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 귀족들이 시녀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수 세기 동안 고착된 시녀의 직함 가운데에는 여왕의 옷 입기를 돕는 '침실의 여인(Woman of the Bedchamber)'과 예복과 보석을 책임지는 '예복 담당자(Mistress of the Robes)', 여왕의 일상생활을 돕는 '모든 영예(All honorary)' 등이 있었다.


'왕비의 동반자들'은 이전과 비교해 축소된 임무를 맡게 된다.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왕실 내부의 구성원이라는 성격은 과거와 유사하지만, 규칙적인 출석과 왕비를 기다리는 일은 줄어든다. 버킹엄궁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왕비의 동반자들은 때때로 왕비와 동행하면서 그의 공무 중 일부를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왕비의 동반자들'은 구설에 올라 불명예 퇴진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왕비의 동반자들' 중 한 명인 수전 허시(83)가 왕실 행사에 참석한 흑인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과하고 즉시 사임했다.


허시는 1960년대부터 왕실에서 일한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최측근이자 윌리엄 왕세자의 대모이기도 하다. 커밀라 여왕의 주최로 버킹엄궁에서 열린 이 날 행사는 세계 여성 폭력 피해와 관련해 열린 것으로, 참석자 300명 중에는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벨기에, 요르단 왕비도 있었다.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응고지 풀라니는 아프리카와 카리브계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들을 돕는 단체인 시스타 스페이스의 대표다. 당시 풀라니는 '레이디 SH'(수전 허시)에게 자신은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이고 단체는 런던에 있다고 말했지만, 허시는 심문하듯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 왔냐"고 계속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시의 사임으로 왕비의 동반자들은 기존 6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다. 5명의 프로필은 커밀라 여왕의 오랜 친구, 군 장교, 인테리어 디자이너, 스키 선수 등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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