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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판사에 따라 유·무죄 엇갈린 스토킹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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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스토킹 끝에 20대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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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씨는 올해 초 옛 남자친구에게 나흘간 51차례 전화를 걸고, 두 차례 집으로 찾아가 스토킹을 한 혐으로 기소됐다. 하루에 무려 39차례나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인천지법은 최근 이 건에 대해 전화를 지속적으로 걸었지만 상대방이 받지 않고 벨소리만 울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인천지법은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다"며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신된 음향이 아니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2. B씨는 지난해 12월 늦은 밤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총 11회 전화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주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는 ‘발신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고, 영상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6월 광주지법은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1000만원과 치료강의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음향’은 전화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도달하는 모든 소리와 울림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두 사례 모두 가해자의 혐의는 비슷하지만 법원의 판단이 달라 유·무죄가 갈렸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3항은 "우편 전화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상 ‘무엇을 전달된 것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선 명백한 스토킹으로 인지되는 행위들이 법적인 범죄로 정의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을 갓 넘었다. 1999년 관련 법률이 처음 발의된 지 22년 만인 지난해 10월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법은 여전히 스토킹 피해를 예방하거나 피해자의 안위를 보호하는데 역부족이다. 지난 9월 발생한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피의자 전주환은 피해자인 여성 역무원이 본인을 스토킹으로 고소하자 줄기차게 합의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살해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바란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가해자를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피해를 키운 셈이다.


신당역 사건 이후 법무부가 스토킹처벌법 개정에 착수하는 등 관계 부처와 국회가 부랴부랴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가 됐던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삭제되고, ‘지인 능욕’ 등 온라인스토킹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거나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유형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추가됐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 시행에도 범죄는 반복되고 있고 판사에 따라 결과까지 달라진다. 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 법원도 스토킹 범죄 방지를 위해 법의 기술적 해석에만 집중하기보다 형벌권 행사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피해자의 희생을 통해 법안의 맹점을 확인하는 우를 언제까지 반복할 텐가.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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