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대로라면 환경·경제성·안전 모두 해결 가능
탈탄소 대안·에너지 안보 주요 수단 부각
주요국 SMR 연구 매진, 2030년대 상용화 목표
"한국도 지원법 제정 등 총력전 필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차세대 소형원자로(SMR)가 안전, 경제성, 환경 등 3마리 토끼를 잡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의 수단으로 SMR 등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할 전략 기술로 국제 협력과 지원법 제정, 컨트롤타워 설치 등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왜 SMR인가
최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2050 탄소 중립이 추진되면서 탈탄소화를 위한 필수 에너지 공급원 중 하나로 원자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자력을 에너지 전환 시점에 꼭 필요한 수단으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도 녹색분류체계, 즉 에너지 공급원별 탄소 발생량에 따라 구분한 친환경 에너지원에 폐기물 처리장 확보 등을 조건부로 원자력을 포함했다. 올해 초 발생한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불안 상황이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독자적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대안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배관ㆍ설비를 최소화하고 표준화를 통해 대량 생산ㆍ조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연료봉 재활용(파이로프로세싱)이나 소듐ㆍ용융염 냉각재 등을 사용해 폐기물 처리 비용ㆍ안전성ㆍ출력조절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기존 대형 원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경제성 향상 가능성이 높다. 지난 수십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축적된 제조ㆍ제작 및 운용 노하우, 모듈화, 공정혁신, 대량 생산,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자율운전ㆍ디지털트윈 등의 적용으로 원전 운영ㆍ관리 전반적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오지나 극지, 해양, 심해, 우주 등 날로 확장되는 인류의 활동 영역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외 기술 개발 어디까지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SMR은 가압경수로형 3.5세대 원자로와 비경수형 4세대 원자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압경수로형 3.5세대 원자로는 냉각재ㆍ감속재로 경수(일반 물)를 사용하며, 높은 용융점과 안정적인 세라믹 이산화 우라늄(U02)을 연료로 쓴다. 직접화 설계, 즉 가압기ㆍ원자로ㆍ증기발생기ㆍ냉각재 펌프 등 주요 설비들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일체형 원자로다. 연결 배관 파손 등으로 냉각수가 손실돼 발생하는 노심 과열ㆍ폭파 사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대형 원전에서 쓰고 남은 농축도 5% 이하의 핵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원료 공급이 가능하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세계에서 약 70개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인데, 현재 이 같은 경수로형 SMR은 31개다.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고 인허가ㆍ제작 난이도 측면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상업 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6월 i-SMR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2028년까지 3992억원을 투자해 개발을 마치고 2030년대부터 상업화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미국은 뉴스케일사의 50MWe급 소형원전 VOYGR이 가장 앞서고 있다. 2028년 이후 상업 운전을 목표로 2020년 8월 최초 설계 인가를 받은 후 현재 설계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0년 10월 13억5500만달러의 지원금을 승인했다. 또 미국 에너지부가 차세대 원자로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SMR-160 프로젝트도 있다.
영국도 지난해 11월 기업ㆍ에너지ㆍ산업전략부(BEIS)가 2억1000만파운드를 지원해 SMR 개발을 본격화했다. 중국은 2021년 6월 ACP100 실증로 건설 계획을 승인했고 다음 달부터 세계 최초 상업 육상용 경수형 SMR인 링룽 1호를 건설 중이다.
비경수형 4세대 원자로 기술도 활발
물 대신 다른 물질을 냉각재ㆍ감속재로 쓰는 비경수형 4세대 원자로에 대한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빌 게이츠가 테라파워사를 설립해 추진 중인 소듐냉각고속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과 함께 소듐냉각고속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용융염원자로도 있다. 용융염을 사용해 안전성ㆍ경제성은 물론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다는 게 단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염소염 기반 개념 연구를 비롯해 10개 모델이 개발 중이다. 초
고온가스로, 핵잠수함 등 해양용으로 유력한 납냉각고속로(울산과학기술원의 MicroURANUS 등), 우주 및 격오지 전원용으로 유력한 열전도관 초소형로 등도 개발되고 있다. 이중 MicroURANUS는 40년간 핵연료 교체 없이 운용 가능한 고속로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 선박ㆍ잠수함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열전도관 초소형로의 경우 원자력연이 지난 6월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능 검증 위성에 자체 개발한 동위원소열전발전기(RTG)를 탑재해 세계에서 3번째로 실증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수소 생산 분야에서도 초고온가스로를 이용한 물 분해ㆍ수소 생산 핵심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전략기술'…총력전 펼쳐야
전문가들은 석탄화력발전 대체, 수소 및 공정열 생산, 해양ㆍ우주 응용 등을 위해 차세대 원자로의 핵심 기술 조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연구재단(NRF) 원자력단은 '미래 차세대 원자력 기술 보고서'를 펴내 "2030년대 차세대 원자로 조기 상용화를 위해선 R&D 활성화, 규제 선진화, 핵연료 순환주기 인프라 구축, 예산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없이 길어지는 인허가 기간을 효율화하기 위해 규제 기관과 사전에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ㆍ캐나다처럼 사전 안전성 검토 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간 주도ㆍ수요자 중심의 기술 개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차세대 원자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ㆍ개발자 중심의 기술 개발보다는 필요한 민간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적합하다"면서 "초기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공동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로드맵ㆍ전략 개발, 정부 부처 간 협약 강화, 민ㆍ관 합동 연구·개발과 실증 활동을 총괄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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