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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세습' 다잡겠다는 정부, 첫발 떼기도 전에 공염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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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불공정 단체협약 시정 추진
"장기근속·비업무 상해 자녀 우선 채용 위법"
노조 반발·회사 소극 대처…합의 힘들듯

기아 광명공장 전경<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기아 광명공장 전경<사진제공: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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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오랜 기간 일한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토록 한 일부 사업장의 단체협약에 대해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공정한 채용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명분을 들었다. 이번 조치를 두고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업계에선 부정적으로 내다본다. 노조에서는 반발하고 회사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월 불공정 단체협약을 시정키로 하고 전국 사업장 60여곳을 대상으로 시정조치 절차를 밟고 있다.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업무 외 상병자 직원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도록 하거나 노조나 직원이 추천한 이를 채용토록 한 단체협약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이른바 ‘고용세습’ 논란은 회사나 법원 안팎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불거졌으나 2020년 대법원에서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다만 당시 대법원에서는 산업재해, 즉 업무와 연관된 상해나 질병으로 국한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후로 현대차 등 일부 사업장에선 해당 조항을 노사 합의로 없애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에 겨냥하는 지점도 장기근속자나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으로 일을 못 하게 된 직원의 자녀를 우선 채용토록 한 부분이다.


문제는 정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된 기아 노조에선 "노동조합 죽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청마다 해당 사업장에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달 중순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기아 노조는 따로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을 뿐 명확히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단체협약을 고치기 위해선 노사가 머리를 맞대 의견을 맞춰야 하는데, 안건으로 상정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대법원이 앞서 유효 판결을 할 때 해당 단체협약이 헌법 등 관련 법령을 어기지 않았다고 명시한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데 대한 부담도 적다. 노동위원회가 정한 단협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더라도 500만원 이하 벌금만 내면 된다.

결국 이번 일도 겉으로만 공정 채용을 강조할 뿐 변죽만 울리는 식으로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가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전후로도 공정을 강조했으나 주요 공직자를 임명할 때나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견줘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실상 사문화돼 일선 현장에선 작동하지 않던 조항이었던 터라, 노사 합의에 따라 단협을 고치더라도 실제 채용시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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