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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입법안 셀프규제법 나온다…'규제입법정책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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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선 행정부가 법안 발의 부탁하는 편법 존재
다만 국회 내부에서는 '입법 자율권 침해 우려'

의원입법안 셀프규제법 나온다…'규제입법정책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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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국회에 의원입법안의 규제영향 평가를 전담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다. 의원입법안에 대해 규제 평가를 하자는 주장은 있었지만 국회의원이 '셀프 규제심사'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의원입법안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 평가를 받는 절차가 없어 규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입법 자율권 침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내 규제입법정책처를 신설하자는 내용의 '국회 규제입법정책처법 제정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의할 방침이다.

제정안의 핵심은 국회에 법률안의 규제영향을 평가하는 규제입법정책처를 설립하는 것이다. 규제입법정책처는 국회 각 상임위가 법률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영향 평가를 의뢰하면 이를 수행하게 된다.


윤 의원이 규제입법정책처를 구상한 건 의원입법 비중이 날로 커지는 데 비해, 규제를 통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접수된 법안은 총 3879건으로, 이 가운데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이 3630건으로 압도적이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 사례는 121건에 불과하다.


정부입법안은 제출 전 규제영향 분석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의원입법에는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행정부가 규제영향 분석을 포함한 여러 검토·수정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의원에게 법안 발의를 부탁하는 편법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은 "규제 법안이 양산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의원발의법안에 규제 심사제도가 없다는 건 우리 입법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미 10여년 전 보고서에서 "의원입법을 평가할 제도가 없어 규제 품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규제영향분석 시스템 부재는 경제·사회에 심각한 비용과 부담을 떠안기고, 저품질의 규제안이 정치적 고려만을 토대로 양산될 가능성을 낳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규제입법정책처 설립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길홍근 한국규제학회 상임이사는 "규제영향 평가가 없으니 부동산법 같은 졸속입법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입법영향분석처를 만들면 전문가들이 분석한 자료가 심사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인력 양성에도 효과적이다. 규제영향 분석 인력이 부족한 상태여서다. 이 때문에 전문기관을 세우면 외부인력을 위촉하거나 교육을 통해 풀(pool)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 측도 "규제입법 분석을 실시하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정부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게 힘들다 보니 외부 기관에 맡기는 게 현실"이라고 얘기했다.


당내에서는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미 제기된 상태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홍석준 의원은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년 기준) 국회에서 가결되는 법률안 수는 1743건으로, 미국의 3배, 독일의 15배, 영국의 51배에 달하고 의원발의 건수는 6000여 건으로 압도적으로 많다"며 "법안 검토보고서의 부실화, 규제 입법의 남발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 규제영향분석제도와 사후 영향평가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의원입법 주체인 다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만큼, 발의 이후 논의를 위한 상정까지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입법 자율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의원 정책보좌진은 "토론회나 간담회 등 여러 경로로 의견을 들은 뒤 입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발의하는 것"이라며 "규제입법정책처를 만드는 게 오히려 규제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도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전문위원 검토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여러 과정을 통과하게 되는데, 또 다른 과정을 더한다는 건 필요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설되는 규제입법정책처의 '또 다른 권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많은 규제법안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걸러낼지 등을 정하다 보면 의원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길 상임이사는 "입법부의 법안 발의 과정에서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며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아니겠냐"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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