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추정 미사일’ 폴란드 나토조약 4조 발동 검토

2명 사망..긴급회의 소집
나토 상호협의조항 발동 검토
EU지도부도 우려 표명

(사진출처:EPA)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이번 공습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 내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2명이 사망했다. 폴란드 정부가 이와 관련 군 대비 태세를 격상하고 나토 조약 4조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사일 2발이 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마을 프르제워도우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폴란드 현지 언론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발사된 미사일이 경로를 벗어나 폴란드 국경지대로 떨어졌다며 사망자가 농장 노동자들이라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미사일이 떨어진 마을에 파괴된 농장 차량의 모습이 담겼다.

표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들에게 "군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면서 "나토 조약 4조, 상호협의조항을 발동할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조항은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는 언제라도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즉시 긴급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지만,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언급은 삼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2발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폴란드 지역을 공격했다는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현 단계에서는 이런 주장을 확증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나토와 EU 지도부는 우려를 표명하며 철저한 규명을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폭발과 관련한 통화를 했다고 전하면서 "인명피해에 대해 조의를 표한다. 나토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동맹국들과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에 이은 폴란드에서의 폭발 보도에 놀랐다"면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친구들에게 가장 강력한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도 애도를 표하면서 "미사일 혹은 다른 탄약이 폴란드 영토에서 사람들을 숨지게 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러시아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 날 우크라이나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습을 단행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 발사한 미사일은 약 100발이라고 우크라이나 공군은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한 첫 보복으로서 지난달 10일 미사일 84발을 발사한 것을 넘은 것으로 개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70개의 미사일이 격추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X-101과 X-555 순항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폴란드 공격 사실을 부인하며 "상황을 고조시키려는 (서방측의)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일축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