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대학생으로 구성된 '버디'
고령층 건강한 나들이 도와
"노인 문제 방치해선 안 돼…편견 없는 사회 돼야"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어르신들의 고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올해 4월 설립된 '포페런츠(For Parents)'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여행'에서 찾았다. 어린 시절 조부모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장준표 대표(28)는 '원조 캠핑족'이던 할아버지가 나이 들면서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릴 때만 해도 조부모의 손을 잡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지만,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고 장 대표 또한 삶이 바빠지면서 함께 여행을 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장 대표는 믿음직한 누군가 시니어 세대를 위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는 창업의 발판이 됐다. 포페런츠는 현재 시니어 세대가 노년의 삶을 건강히 즐길 수 있도록 어르신을 위한 프리미엄 나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을 위해 시작한 기업인 만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포페런츠 사무실 곳곳에서도 어르신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한쪽 벽면에 붙은 색색깔의 포스트잇에는 '교감', '소통', '추억', '유쾌한' 등의 키워드가 쓰여 있었고, 입구 옆 세워진 화이트보드에는 '오로지 어르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장 대표는 "어르신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지만, 못 하는 활동 중 하나가 여행"이라며 "우리는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대학생으로 구성된 '버디'를 통해 시니어 세대를 케어하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버디는 어르신들이 나들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픽업·안내·티켓팅·현장 스케줄 관리 등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책임진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버디 선발 절차도 까다롭다. 인성 면접·이론 교육·나들이 동행 실습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고, 선발된 이들은 분홍색 단복을 입는 게 특징이다. 당초 신뢰감을 주는 파란색을 사용하고자 했으나, 할머니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 분홍색이라는 것에 착안해 단복 색상도 분홍색으로 맞췄다.
버디와 함께하는 나들이 코스도 다양하다. 국내 여행지인 강원도 강릉과 제주도부터 해외 여행지인 일본 등 취향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또 계절별로 나들이 코스가 달라지기도 하고, 고객이 원할 경우 맞춤형 코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장 대표는 "부모님이 젊었을 때 경북 안동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고 하면, 우리는 안동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코스를 기획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나들이 코스를 정할 때 현장답사를 원칙으로 한다. 직접 현장을 방문한 뒤 어르신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나들이 코스로 확정한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청와대 투어'로, 청와대 본관과 사랑채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시작했는데, 장거리 여행에 대한 수요가 많아 반나절에서 1박 2일, 2박 3일로 차근차근 기간을 늘려갔다"며 "장거리 여행에서 나이 든 부모님을 온전히 케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자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만큼 고객의 평균 연령은 80대로 높다. 지난 4월부터 만난 어르신 수만 해도 대략 300명이 넘는다. 장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여행을 얼마나 자주 가실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4번을 재이용하신 고객도 계신다"며 "96세의 할머니께서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버디가 어르신의 친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아무리 으리으리하고 깨끗한 공간에 있더라고 정서적 충만함이 없으면 공허함밖에 남지 않는다"며 "우리는 어르신들이 실버타운에 가지 않더라도 버디와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기존 패키지여행과 차별되는 점은 '버디' 같다.
▲ 그렇다. 버디는 크게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대학생들로 구성돼 있고, 현재 30명 정도다.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가 가진 전문성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어르신을 케어해드릴 수 있고, 정서적인 친밀감 또한 제공해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저희는 버디를 위한 매뉴얼이 있다. 여기에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찬물 대신 따뜻한 물로 준비해야 하고, 차량 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 차량 승하차 시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이 있다. 이런 사소한 곳에서 전문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 시니어 세대의 건강 상태와 성향에 따라 버디도 다르게 매칭하나.
▲ 어르신들마다 건강 상태와 취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80대 초반인데 굉장히 활동적인 성향을 갖고 계시고, 건강 상태도 좋다면 우리는 요양보호사 버디를 따로 파견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학생 버디를 파견해 활력을 드리는 게 이 어르신에게 더 큰 즐거움을 안길 것이다. 이런 여러 부분을 고려해 버디를 파견하고 있다.
- 어르신을 위한 나들이 코스를 짜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현장답사를 원칙으로 해서 품이 많이 들긴 한다. 하지만 시니어 세대에게 인기 있는 코스를 우리가 미리 수집해 현장답사 하는 것이기에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또 제 개인적인 경험도 도움 됐다. 제가 성인이 된 후 여행을 좋아하시던 조부모님을 모시고 전국을 다녔다. 이를 통해 어르신 여행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다. 특히 저희 할머니는 당뇨로 인해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았다. 조부모님을 챙기는데 필요했던 것들을 우리 사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었고, 이런 경험들이 쌓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 기존 여행사의 효도 관광상품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 일반적으로 '효도 관광'이라고 불리는 패키지들은 여행지에 집중하고 있다. 체험보다는 어르신들이 만족할만한 자연경관 위주로 여행하는 거다. 반면 우리는 여행 콘텐츠도 중시하지만, 사람을 가장 중시한다. 어르신들께서 우리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버디 때문이다. 버디 스케줄에 맞춰 어르신들이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다. 제 경험을 반추해 봤을 때 어디를 가서 무엇을 했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였느냐가 더욱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렇기에 저희는 가이드가 여러 어르신을 인솔하는 개념보다는 어르신이 버디와의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같이 체험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시니어 세대가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 우리 사회는 아직 노인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있다. 근본적으로 노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가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다.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 기회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었어도 근로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다. 10여년 전만 해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어르신들이 많았으나 최근 외로움과 무료함, 고립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중이 늘었다. 결국 먹고 사는 게 해결된다고 해서 어르신들의 우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시니어 세대가 우리 사회 발전의 주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이 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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