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제도, 산업 성장 속도 못 따라가
창작 활동 독려 위해 게임과 다른 규제 적용해야
자율규제 도입 건의, 규제 최소화 목소리도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오는 2030년 국내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경제 규모가 약 250조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와 같은 성장을 위해서는 메타버스 산업과 관련된 규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4일 '메타버스 산업 그 길을 묻다' 세미나를 개최하고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와 함께 관련 논의를 가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시티그룹 리포트 등을 종합 분석해 2030년 국내 메타버스 산업 규모를 최소 196조원에서 최대 318조원으로 예측했다. 전 교수는 시티그룹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경제규모는 2030년까지 최대 1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2%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컴퓨터와 과학 통신 등 기존 산업과 연결하면 메타버스 산업 규모는 407조원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약 4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수출 약 60조원, 수입 50조원가량으로 전체 10조원 가까운 흑자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한 논의는 더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메타버스와 게임을 동일하게 보는 관점을 지적하며 “메타버스 안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 및 창작물을 게임으로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제페토(네이버), 이프랜드(SK텔레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는 물론 그 안에서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생산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게임과 별도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메타버스의 근간이 되는 창작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다.
그는 지난 2018년 가상현실(VR) 영화 ‘화이트 래빗’을 예로 들며 “당시 칸 영화제에 상영됐던 영화가 국내에서는 게임으로 등급분류가 되며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다”며 “메타버스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표준에 맞는 규제와 실효성 측면에서 자율규제를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며 "가상융합기술과 메타버스의 특수성을 고려한 등급분류 기준을 마련하고 플랫폼 운영자의 자율규제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도 메타버스 관련 규제 정비에 한목소리를 냈다.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내에 ‘게임적 요소‘가 포함돼 있을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기 전에는 출시가 불가능하다. 또 사행행위 금지, 과몰입 예방조치 및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게임제공업 금지 등 여러 가지 후속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군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차장은 “전체 콘텐츠, 주된 목적성이 게임이라면 게임으로 분류되는 것이 맞지만, 주목적이 게임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게임법을 적용하지 않는 기본적인 원칙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는 신산업으로 기존 규제의 적용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새로운 산업의 성장 초기 단계에서는 우선적인 ‘자율규제’ 적용 및 규제 최소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업계의 잇따른 지적에 지난 9월 메타버스와 게임물을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연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용어 정의 및 자율규제를 포함한 메타버스 특별법, 메타버스 콘텐츠 진흥 법안 제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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