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개국 국가원수급 참가
바이든-빈살만 만남 주목
英 수낵·伊 멜로니 데뷔무대
공동성명 채택 못할 수도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각자도생. 올 들어 세계 경제에 이른바 '퍼펙트 스톰' 경고음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공조 움직임은 좀처럼 확인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수십명의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첨예한 안보 현안과 세계적인 경제 위기 우려를 해결할 공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산적한 글로벌 현안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공조가 시급한 현안은 하나 둘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10개월을 채우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전 세계적 식량·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등에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 통화 긴축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최근 영국 등에서 확인된 금융시장 불안 등은 다가올 위기에 '경제대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여기에 중국의 대만 야심, 북한의 핵 위협도 노골적으로 고조되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대만, 한반도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동남아시아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외교무대가 펼쳐지면서 이들은 산적한 현안을 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G20 정상회의 지원단장인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 조정장관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40여명의 국가원수급 인사들이 발리를 방문한다고 확인했다.
당장 첫 손에 꼽히는 핵심 이벤트는 14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중간선거에서 예상 이상으로 약진했고 시 주석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했다. 국내 입지를 탄탄히 한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함에 따라, 양국이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벗어나 접점을 찾는다면 세계정세 불안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긴장 관계에도 눈길이 쏠린다. 앞서 사우디까지 날아가 석유 증산을 요청했음에도 묵살당해 분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 기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동할 계획이 현재로선 여전히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만남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식 회동 외 다른 형식의 회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여부의 경우 초미의 관심사였으나 불참으로 정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으로 G20 정상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이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 삼아 국제 외교무대에 처음 데뷔한다. 또한 스페인과 네덜란드,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정상들이 초청국 자격으로 발리를 방문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프리카연합개발기구와 아세안, 카리브공동체, 태평양제도포럼 등 지역별 협의체의 의장국 자격으로 세네갈과 수리남, 캄보디아, 피지 정상들도 G20에 참석해 세계적 식량위기, 개발도상국 및 신흥국 경제 위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성명 가능성 희박...단체사진도 없을 듯
다자회의는 각자도생 구도로 치닫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립에 제동을 걸 기회다. 이번 G20정상회의를 통해 인플레이션, 고유가, 식량 및 에너지 위기 등을 타개할 글로벌 공조와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오히려 이 계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의견 차이만 확인할 경우 향후 갈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긴축, 강달러 등 경제 이슈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당장 산적한 현안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지난달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APEC 재무장관 회의 모두 코뮤니케(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당시 회의에서 다수 회원국들은 전쟁과 인플레이션, 주요국 통화긴축, 공급망 차질 등으로 세계경제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는데 공감하고 식량과 에너지 문제 해결에 G20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G20 차원의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것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20을 비롯한 국제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국 정상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G20정상회의에서도 정상 간 공동성명이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 일단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는 않으나 러시아 정부측에서 참석하는 만큼 공동성명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내용을 담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성명에 담지 못할 경우, 아예 정상 간 공동성명 자체를 내지 않는 결정이 우세하다란 관측이다. 이 경우 또 다시 의장국 간 공동성명 정도에 그칠 수 있다.
통상 G20정상회의에서는 개막에 맞춰 각국 정상이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 전통이지만, 이번에는 이 조차 어려운 분위기다. 일간 가디언은 각국 정상이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길 원치 않아 단체사진을 촬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불참하지만, 대신 참석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존재만으로도 각국이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7월 발리에서 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을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식량난 등은 러시아의 책임이 아니라고 반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G20정상회의 직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와 중국의 이익을 견제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군사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엄마, 코코아 먹을래요" 아이 말 '철렁'할 수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