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 서장 “시민들이 주시는 메시지로 제 입장 말씀드릴 수밖에”
소방관들 “꼬리 자르기식 희생양 만든다면 강력 투쟁” … 경찰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찰이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 서장은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서장은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4∼5일 전부터 용산소방서에서 가까운 정신과의원에서 상담을 통해 일주일치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소방대원들도 트라우마 고위험군에 분류된 직원이 많다면서, 약물치료가 필요해 정신과 방문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자신을 입건한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격려가 많다며 "시민들이 주시는 메시지로 제 입장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지난 7일 최 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 당시 소방 대응 단계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 중이다. 용산소방서 소속 현장대응단 A지휘팀장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소방당국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 서장과 A지휘팀장은 조만간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에 대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과 일선 소방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지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최 서장은 당시 현장 지휘뿐만 아니라 관리, 상황 파악 등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도 성명을 내 "지휘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꼬리 자르기식 희생양을 만든다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과실치사상 등 혐의 입건이 부당한 처사라는 일각의 비판에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9일 수사상황 브리핑에서 "증거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추가 적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최 서장 입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된 내부 문건, 바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그간 수사 상황과 증거를 종합해 입건한 것"이라면서 "소방 대응 단계 발령 등과 관련해서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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