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이외 먹는치료제 처방 늘릴 수 있게 제도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변이 그런 건 모르겠고 난 또 맞지는 않을 거요.”
지난 6월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쳤다는 신모씨(65)는 이번 동절기 백신 추가 접종을 받지 않을 계획이다. 신씨는 “4차까지 맞으면 부작용이 생기진 않을까 고민도 된다"면서 "언제까지 맞아야 코로나19 면역력을 갖고 사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7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의원에 18~59세 동절기 백신 접종자 수를 문의한 결과, "BA.1 변이 개량 백신 20회분을 준비해뒀는데, 50대 1명만 동절기 백신 접종을 받았고 그 외엔 없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올 겨울 7차 유행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하지만, 백신 예약률·접종률은 18~59세뿐만 아니라 60세 이상 고위험군에서도 미미하다.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가는 와중에 반복적인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코로나19 유행지표 '빨간불'…전 연령대에서 오르지 않는 접종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동절기 추가 접종 예약률과 접종률은 인구 대비 각각 10.9%, 8.3%로 저조한 편이다. 이날부터 18~59세에 대한 오미크론 변이 BA.1 기반 2가 백신(모더나·화이자)의 예약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달 27일부터 집계한 예약률이 0.5%에 그치는 탓에 실제 접종자는 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자연면역(코로나19 감염을 통한 면역 획득)과 인공면역(백신 접종을 통한 면역 획득)의 지속기간을 120일로 보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한 60세 이상의 코로나19 면역자는 현재 450만명 정도다. 이는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35% 수준인 탓에 나머지 65%는 이번 동절기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지표엔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만8671명으로 지난달 10일(8974명) 이후 4주 연속 전주 같은 요일 대비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4만2820명으로 9월20일(5만7691명) 이후 최고치다. 위중증 환자 수는 365명으로 9월28일(375명) 이후 40일 만에 가장 많아져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8.7%까지 올랐다. 당국은 7차 유행의 하루 확진자 규모를 보수적 예측으로 최대 20만명까지 잡았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현재 백신 접종 예약률이 매우 낮다. 과거와 달리 전파력이 높은 상황에서 고위험군은 모두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59세 성인도 동절기 백신 접종을 권고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독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권고한다. 다만 그분들 중에서도 만성질환을 가졌거나 호흡기 감염에 취약했던 분들, 같이 사는 가족·자주 만나는 분이 고위험군인 경우, 건강이 많이 걱정되는 분들을 위해 개량백신을 다 맞을 수 있도록 정부가 문을 열어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권고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전문가 의견도
다만 겨울철 재유행을 앞두고 정부의 백신 접종 권고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이미 3차 접종까지 마치면 95% 이상 중증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밝혔는데, 또 다시 고위험층에 동절기 추가 접종을 권고하는 건 중장기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18~59세로 동절기 예방접종이 확대된 것과 관련해 “젊은층일수록 백신 접종으로 인한 심근염·심낭염·담관염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2~3월에 ‘돌파 감염’으로 하루 확진자가 수십만명이 감염된 걸 보면 백신을 통한 예방 효과가 크게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 권고보다 급선무는 먹는 치료제 처방을 현행보다 더 늘릴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같은 먹는 치료제는 고위험군의 중증화율을 4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현재 처방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천 교수는 “밤에 열이 나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코로나19 진단을 받았고 입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현재 응급실에 사람이 몰릴까봐 먹는 치료제 처방이 안 나가게 돼 있다”면서 “백신보다 이런 제도를 수정하는 게 급선무다”라고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르면 응급실의 경우 보건복지부·응급의학회의 의견을 고려해 입원환자만 처방이 가능하며, 일반응급 등에 대해서는 처방이 불가능하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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