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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탄 콘크리트' 현장검사 코 앞…비상 걸린 레미콘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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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수량(水量) 품질검사, 12월 1일 시행
대형 레미콘사 '측정기' 확보 비상 vs 중소 레미콘사 "측정기 없어도 문제없어"
"시행 초기 측정기 수급 문제 있을 수 있으나 건설·레미콘사 적극 참여해야"

건설현장에서 직원이 독일 I사 제품으로 단위수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D사]

건설현장에서 직원이 독일 I사 제품으로 단위수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D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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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지난 1월 광주광역시 서구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은 물의 양을 많이 탄 불량 레미콘이었다. 원가 절감과 작업 용이성 등을 위해 섞는 물의 양을 늘린 탓에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졌고, 건물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붕괴 아파트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대다수가 설계 기준 강도 85%에 미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물 탄 콘크리트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정부가 이를 근절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단위수량(水量) 품질검사'다. '단위수량'이란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 1m³ 중 포함된 물의 양(골재 중의 수량 제외)으로, 콘크리트의 강도, 내구성 등 콘크리트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1일 '단위수량 품질검사 기준'을 마련하고, 이 기준에 따른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KCS 14 20 00)를 고시했다. 다만, 국토부는 건설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장비 수급과 테스트 기간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오는 12월 1일로 늦춰줬다.


이 기준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는 건설현장에 반입되는 콘크리트 120㎥마다, 또는 배합이 바뀔 때마다 수분 함량을 측정해야 한다. 단위수량 허용치는 185㎏/㎥ 이하로, 콘크리트 1㎥ 중 포함된 물의 양이 185㎏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관련 업체 상당수가 아직 수분 함량을 측정할 장비조차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실제 현장에서는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 레미콘사도 측정기 확보 비상 "내년 5월 돼야 제품 받을 수 있어"

단위수량 품질검사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레미콘 업계는 단위수량 측정기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인수하는 건설사가 시험방법을 결정하고, 측정기도 준비해야 하는 검사 시행의 주체다. 콘크리트 제조업체인 레미콘사는 콘크리트 표준시방서가 아닌 'KS(한국산업표준)'를 따르기 때문에 단위수량 검사에 대한 의무가 없다. 그러나 실제 검사 대상은 레미콘사가 납품하는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현장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폐기할 수밖에 없어 선검사는 불가피하다.

레미콘 업계는 사업장별로 측정기 확보에 나섰지만, 검사 시행일을 앞두고 주문이 몰려 시행 전 측정기 확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대형 레미콘사 한 관계자는 "단위수량 품질검사를 위해 사업장별로 측정 장비 구매 절차를 밟고 있는데 실제 제품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직원이 국내 업체인 D사의 측정기로 단위수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D사]

건설현장에서 직원이 국내 업체인 D사의 측정기로 단위수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제공=D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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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수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고주파가열법, 에어미터법(고정밀법), 정전용량법, 마이크로파법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물 분자에 의한 파의 감쇄 원리로 수량을 측정하는 마이크로파법을 건설사와 레미콘사들이 가장 선호한다. 단위 용적 질량의 차이를 이용하는 에어미터법과 정전용량과 수분율의 관계로 측정하는 정전용량법 등이 실제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측정법이다.


특히 마이크로파법으로 단위수량을 측정하는 독일 I사의 측정기는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가격도 다른 제품에 비해 저렴해 주문이 120여대 이상 밀려 내년 5월이나 돼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에어미터법으로 측정하는 국산 D사의 제품도 20여대가량 주문이 밀려 12월 중순은 지나야 제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측정기 업계 관계자는 "평소 거의 없던 측정기 주문이 지난 9월부터 밀려들고 있다"면서 "업계에서 선호하는 측정기의 경우 시행일 이전에 수령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행 초기 측정기 수급 문제 있을 수 있어…건설·레미콘사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실제 레미콘사들의 준비는 미흡하다. 전국 20여곳에 대형사업장을 운영 중인 A사의 경우 본사와 지역사업장 3~4곳 정도만 측정기를 확보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15개 사업장을 운영 중인 B사는 본사 외 단 한 곳도 측정기가 없다. 대형 레미콘 업체 중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7개 사업장을 운영 중인 C사만 각 사업장에 단위수량 측정기를 완비, 주기적으로 단위수량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형 레미콘들의 준비상황은 더욱 부실하다. 충청권 한 레미콘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준비하면 된다. 레미콘사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측정기를 갖추지 않아도 문제 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콘크리트 단위수량 품질검사 도입의 산파 역할을 해온 이한승 한양대학교 스마트융합공학부 교수는 "레미콘사가 제조한 콘크리트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래전부터 정부와 콘크리트학회가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왔다"면서 "시행 초기에는 (측정기) 수급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건설사와 레미콘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건설현장 단위수량 품질검사가 콘크리트에 대한 불신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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