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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겨냅시다]트라우마 극복하려면…"안전확보·2차피해 방지·심리적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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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족 절반은 '우울증 위험군'
직접적 참사 피해자, 원망·분노·죄책감 느껴
트라우마 극복 개인 넘어 사회의 몫
치유 과정에서 가까운 지인 역할 중요

이태원 대형 압사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태원 대형 압사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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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 앞에서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구조인력, 현장에 있던 목격자, 그리고 그 상황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지켜본 국민들까지 많은 사람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인 만큼 모두가 불안, 공포, 죄책감 등에서 벗어나 마음에 안정을 찾기까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는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아픔을 어떻게 보듬고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지 3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로 인해 가장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 이들은 사고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와 희생자의 가족이다. 직접적 참사 관련자들이 겪는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의 심각성이 알려진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다. 참사 7년이 지난 지난해 안산온마음센터가 실시한 '4.16세월호참사 피해자 건강 및 생활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유가족 가운데 48.4%는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2017년 조사(57.7%)와 비교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들의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유족과 생존자 등 직접적 참사 피해자들이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부정적 심리는 원망과 분노, 죄책감 등이다. 투병 중이거나 고령의 가족이 사망했다면 그나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지만,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비보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준다. 스트레스를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인 '홈즈 라헤 스트레스 지수(The Holmes and Rahe Stress Scale)'는 배우자·자녀 등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최고 지수인 100점을 부여한다. 박수현 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내가 못 가게 했다면, 내가 무엇을 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자책은 굉장히 심한 우울증을 부를 수 있고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 피해자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대표적 증상은 어떤 사건이나 사고를 겪은 후 자주 놀라거나, 악몽 등으로 사고의 순간을 재경험하고,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외상과 연관되는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다. 또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수면장애를 겪는 등의 증세도 보인다.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당 증상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일 확률이 높다”면서 “증상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생각해 치료를 늦게 시작하거나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주변의 반응 등으로 더욱 악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노력까지 포함해 안전확보, 2차피해 방지, 심리적 안정 지원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 가운데 안전확보는 온전히 사회의 몫이다.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국가·사회적 차원의 제도 구축 등 노력이 직접적 피해자들에게 위안과 안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추가적인 심리적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막으면서 심리상담과 병원 진료 등 위험군에 대한 정신적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신의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안전확보와 2차피해 방지만 제대로 이뤄져도 트라우마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서 “개인적 측면에서는 외롭지 않은 상태라는 전제하에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이나 자원봉사 등을 통해 긍정적 에너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극복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주변인들의 지지다. 박 교수는 “갑자기 찾아온 사고와 죽음에 자책하지 않도록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지지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 막상 유족들은 자책이 심해 ‘치료받을 자격도 없다’ 이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주위에서 대신 병원을 연결해 주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신용욱 교수도 “상처가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마음속 상처도 마찬가지”라며 “치료할 때 가족이나 지인이 도와줘야 하는데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잘 들어주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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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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