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100억 손실 발생"
법 위반 하지 않았지만…계속된 변협의 공격
법무부, 공정위 이렇다 할 역할 하지 못해
해외 리걸테크 튜자 유치 규모는 14조 달해
강삼권 "소관부처의 철저한 지휘, 감독 필요"
정부가 신산업 발전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이 로앤컴퍼니의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는 4000명에서 반토막이 났다. 전 세계 리걸테크(legaltech, 법률과 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서비스) 업체 수는 6700곳, 투자 규모는 100억달러(한화로 약 14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이익집단의 계속된 공격으로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면서 누적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2곳에 불과하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1일 서울 구로구 소재 벤처기업협회에서 열린 규제혁신 현장간담회에서 "로톡 가입 변호사는 4000명에서 지난해 한때 1700명까지 줄었다"며 "(대한변호사협회의 로톡 회원 변호사에 대한 징계 추진으로) 지난해에만 1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현재 로톡 가입 변호사는 2000여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앤컴퍼니는 그동안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 변호사 단체로부터 수차례 고발을 당했지만 모두 무혐의 결정 났고, 법무부는 현행 로톡의 운영방식이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로톡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닌 이유는 이렇다.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플랫폼 업체의 수익 창출 형태에 따라 크게 △광고형 플랫폼과 △중개형 플랫폼으로 나뉜다. 중개형 플랫폼의 경우 이용자와 변호사 간의 계약 체결의 대가로 수수료를 취득하는 형태라 현행 변호사법 제34조 위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로톡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고 대가를 취득하는 중개형 방식이 아니다. 이용자가 플랫폼에 게재된 변호사의 광고를 확인하고 상담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하는 광고형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법무부는 판단했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 등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홍보를 금지하는 내용의 변호사 광고 규정 개정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고, 최근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에 최대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까지 내리면서 리걸테크 업계를 또다시 술렁이게 했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변협의 광고 규정 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났음에도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이다. 변협은 법무부에서 위임한 변호사 징계권을 갖고 있다.
변협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받은 변호사는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고, 이후 법무부 내 변호사 징계위원회에서 이의신청 사항을 두고 한 번 더 살펴볼 수 있다. 이의신청 주체는 변호사이며 로앤컴퍼니는 뒷단에서 지원하려는 계획이었다. 다만 변협이 변호사 9명에 대한 정식 징계 통지서를 발송하지 않아 이의 신청조차 할 수 없어, 로앤컴퍼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전원회의를 열고 변협의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의가 돌연 취소되면서 로톡 서비스는 또다시 불확실성 속에 빠져버렸다. 법무부 역시 리걸테크 산업의 정착을 돕겠다며 지난해 9월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소비자의 접근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자칫 법률시장이 자본에 휘둘리는 상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가 공존한다.
정부가 양측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해외 리걸테크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 수는 6694곳, 투자 유치 규모는 100억달러에 이르며 이 중 41억달러는 최근 2년 사이에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은 8곳, 예비 유니콘은 18곳이 탄생했다. 일본에서는 '변호사닷컴'이 2015년에 상장해 현재 시총 3조원에 달하며, 미국의 '리걸줌'은 지난해 상장에 성공했다.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서는 로앤컴퍼니가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것이 최초다. 누적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한 스타트업도 로앤컴퍼니와 모두싸인 등 2곳에 불과하다. 로앤컴퍼니가 변호사 단체와의 소모적인 갈등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다가 '제2의 타다' 사태처럼 결국 사업을 접거나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에 시장을 점령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기업의 합법적인 서비스에 대해 전문직역 단체의 자의적인 금지 규제가 횡횡하고 있으나 정부의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며 "플랫폼 산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존의 규정들이 벤처·스타트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직역 단체가 부당하거나 법을 뛰어넘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담당 소관 부처의 철저한 지휘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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