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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카타르 월드컵” … 화려한 겉모습 뒤엔 인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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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도하 부근 아파트 거주 외국인 노동자 1200여명 강제 퇴거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공사 이주 노동자 6500명, 열악한 작업 환경에 목숨 잃기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의 국기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의 국기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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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월드컵 개막을 20여일 앞둔 카타르가 인권 문제로 다시 논란이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를 가혹한 근로 환경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에 이어 이번엔 월드컵 관광객 숙박 지역 인근에서 머물던 노동자 수천명을 강제로 쫓아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최근 수도 도하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던 외국인 노동자 1200여명을 사전 통보 없이 강제 퇴거시켰다. 이 아파트는 당국이 월드컵 관광객들에게 숙소를 임대하기로 한 지역에 인접해 있다.

당국은 이 아파트 10여동을 비운 뒤 건물 문을 폐쇄했고, 갑작스레 쫓겨난 이들 노동자는 머무를 곳을 찾아 나서야 했다. 하지만 여의찮아 주변 도로에서 노숙해야 할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 10여명과 함께 노숙을 준비하던 한 남자는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매체에 전했다.


대부분 아시아·아프리카 출신인 이들 노동자는 카타르 정부의 보복을 우려해 이름이나 나이 등 인적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전용 숙소를 갖춘 대형 건설사와 달리 숙소를 노동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소규모 건설사 등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중동 지역 외국인 노동자 인권운동 단체인 '이주자 권리 프로젝트'의 바니 사라스와티 국장은 "이는 카타르가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다는 것을 숨긴 채 호화롭고 부유한 겉모습만 보이려 하는 것"이라며 "사전 통보도 없이 퇴거를 진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월드컵 개막을 앞둔 카타르에서 노동자 인권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카타르는 2010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이후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1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공사에 투입된 이주 노동자 6500명 이상이 열악한 작업 환경에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월드컵이 피로 얼룩졌다"며 이같은 상황이 반복됨에도 카타르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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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카타르를 향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최근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를 열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대회 준비 과정이 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은 대회 개최지로 선정되지 않는 게 낫다"고 밝혔다.


덴마크 축구대표팀은 새 유니폼에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덴마크 대표팀은 화려한 요소를 제외하고 차분한 단색으로 구성된 유니폼을 착용한다. 또한 홈팀과 원정팀의 유니폼 색상이 비슷할 경우 착용하는 서드 유니폼(third uniform)의 색상은 검은색으로 정했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숨진 이주 노동자들을 기리는 한편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항의하기 위한 목적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에선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카타르 월드컵 거리 중계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AP 통신에 따르면 피에르 라바당 파리시 스포츠 담당 부시장은 지난 4일 기자들을 만나 '이번 월드컵 조직 과정에서의 환경·사회적 여건' 때문에 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거리 중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카타르는 이같은 인권 침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 수천명의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했다는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이번에 논란이 된 노동자 퇴거 요구는 적절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이는 오랫동안 진행해온 도하 지역 개편작업에 따른 것일 뿐, 월드컵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당국의 주장이다. 이어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적절한 숙소에 재수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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