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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이주호의 '경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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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일제고사 등 경쟁교육 정책 "부작용 인정"
일제고사 두고 "그때는 옳았다"면서 '지필평가' 문제 삼아
尹 자율평가 '전수평가' 발언 이후 교육계는 요동
교사 "자율평가 발표 후 학원은 대비반, 출판사 문제집 만들어"
이주호도 자율평가 적극 옹호…허울뿐인 '자율'로 남을 가능성 커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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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MB 정부의 경쟁교육을 설계했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장에서 경쟁 교육 정책의 부작용을 시인했다. 10여년 전 펼쳤던 자사고 확대 정책과 일제고사 등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장관 지명 이후 첫 출근 때부터 '자율과 책무'를 강조했던만큼 이 후보자가 '경쟁교육 2.0'을 표방할 가능성이 높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자사고 확대 정책과 일제고사라고 불리던 '전국 단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등 경쟁을 강조하는 정책들에 대해 "부작용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일제고사, 고교다양화 정책 등을 추진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 교육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MB정부 당시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펼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기숙형 공립고 1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마이스터고 50개를 지정해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었다. 이 정책으로 인해 자사고와 일반고 간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학교 간 서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한때 54개교에 달했던 자사고는 현재 35개로 줄었고 내년에는 33개로 감소하게 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사고 확대 정책이 교육 격차를 악화시켰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하자 이 후보자는 "소위 말하는 고교 다양화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를 처음 디자인할 때는 사회적 배려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자사고로 절약한 재원은 지역 공립고에 투자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당시 경쟁교육 정책을 펼친 것에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이 후보자는 같은 질문을 세 번 받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했고, 부작용이 있다는 말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로 실시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일제고사 도입 수순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성현주 청주 남성초등학교 교사는 "일제고사가 시행될 당시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됐다. 과학은 실험 없이 이론 수업을 했고 예체능은 시험이 끝날 때 까지 수업을 하지 못했다"며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오면 학교별 순위를 이야기하고, 미도달학생 지원 대책회의 등으로 학교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고 회고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역시 허울뿐인 '자율'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남 교사는 "시험방식이 바뀌어도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시험은 부담이다. 교육청, 학교, 학부모의 요구로 인해 시험을 치게 된다면 시험 대비로 다시 시험지 풀이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학업성취도평가를 자율적으로 실행하겠다는 발표를 하자마자 학원에서 시험대비반을 만들고 출판사에서 대비 문제집을 만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이주호의 '경쟁교육' 원본보기 아이콘

유기홍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MB정부 당시 후보자가 장관을 하던 시절에 정부가 교육청 간 점수경쟁을, 교육감들은 학교 간 경쟁을, 교장들은 학급별로 경쟁을 시켰다"며 "이번 국정감사 때 전국 교육감들에게 일제고사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더니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MB 시절 일제고사는 반대한다고 했다.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제고사를 추진한 이유에 대해 이 후보자는 "그때는 옳았다"면서도 "평가를 통해 밝혀진 뒤처진 학생을 적극 지원하자는 것이었다"며 "지필평가였고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경쟁압력이 있었다는 부분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학력 향상을 위한 방안을 묻자 이 후보자는 "자율평가가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평가를 도입하는 학교, 교육청을 계속 지원하며 그런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과거 겪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평가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경쟁교육 부작용을 여러차례 시인했지만 지필평가 방식을 문제삼거나 '자율과 책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의 정책 기조가 180도 선회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시민사회단체는 "AI 개인 교사, 대학의 자율 등 그는 여전히 ‘자율’을 말하고 있으나 이제 우리는 그 ‘자율’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무치게 알고 있다. 그의 ‘자율’은 더 많은 경쟁을 위한 ‘자율’"이라며 "학생 맞춤형 교육에 나서는 양 ‘AI 개인 교사 지원’을 말하지만 결론은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또다시 일제고사"라고 밝혔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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