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예후 예측 바이오마커 찾는 연구 활발
간암·위암 등 치료효과 예상할 지표 확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매 진단에도 활약 가능
“피 한 방울로 각종 병 진단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혈액검사는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로 여겨진다. 잠깐의 따끔함은 있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나면서도 각종 지표를 확인할 수 있어 간편하면서도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연구개발이 진행되면서 혈액검사는 한층 진화하고 있다. 혈액 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거나 특정 표지자(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질병의 진단은 물론 예후 예측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의료계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바로 암의 예후 예측이다. 암을 조기 발견하거나 항암제 등 치료 이후 예후를 예측하는 데 혈액검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치료 후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운 암종 중 하나가 간암인데,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용·이혜원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이승태 교수 연구팀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혈액 액체생검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TP53’ 유전자 변이가 간암 환자들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TP53 돌연변이를 보유한 간암 환자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더 나쁜 생존율을 보였다(P=0.007). 반면 다른 유전자 변이인 TERT와 CTNNB1 돌연변이는 환자의 생존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자료제공=연세의료원]
원본보기 아이콘연구팀의 연구 결과, TP53 돌연변이를 보유한 간암 환자는 이를 보유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유의미(P값=0.007)하게 더 나쁜 생존율을 보였다. P값은 임상에서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판단하는 지표로 보통 0.05 미만이면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했다고 본다. 이는 혈액에 순환하는 순환 종양성 DNA(ctDNA) 인식 분석을 통해 향후 치료 예후를 예측하고 항암치료 후 치료반응을 관찰하는 바이오마커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혜원 교수는 “치료반응 예측이 어려운 간암 환자에게서 예후에 영향을 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확인함으로써 액체생검을 이용해 예후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환자의 암 관련 유전자 변이를 기반으로 환자의 치료를 개별화하는 맞춤형 항암치료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위암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이인섭 교수팀은 미국 의료진과 함께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국소진행성 위암 환자 12명의 혈액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항암제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서 과발현되는 마이크로RNA(miRNA) 2개를 발견했다. 그간 수술이 어려운 위암 환자들에게 항암제 병용 요법이 효과적일지 알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는데, 항암제 치료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이 교수는 “항암제는 독성이 있어 치료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환자의 건강 상태까지 악화시키는 만큼 첫 약제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바이오마커로 맞춤형 치료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가 갖는 의의”라고 설명했다.
암 예후 예측뿐만 아니라 관절염, 치매 등 각종 진단까지 혈액검사 영역을 확장하는 연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안성수 교수, 병리과 김혜민 교수,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윤희 교수팀은 혈액 내 효소인 ‘종양 M2-PK’ 수치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일반 퇴행성 관절염 및 정상 대조군에 비해 높음을 확인했다. 그간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하는데 임상적으로 유용한 혈액 검사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를 갖는다.
이와 함께 엔젠바이오는 4개 기관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국가치매극복기술개발사업에서 발굴된 바이오마커를 활용, 파킨슨병 치매와 루이소체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패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한 번의 검사로 치매와 관련된 유전적 인자 및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어 향후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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