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액기 모터는 성능·내구성 결정, 車에선 모터와 같아”
'국산' 표기 법적 문제 없더라도 '소비자 기만' 비판 불가피
휴롬 “모터만 중국산, 나머지 부품 모두 국산 쓴다”
단독[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국내 1위 원액기(착즙기) 업체 휴롬(회장 김영기·사진)이 원액기 핵심 부품으로 중국산 모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착즙전문 가전업체인 휴롬이 그동안 국내 협력사의 부품을 조립해 원액기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만을 생산한다고 강조해왔던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휴롬은 착즙 가전을 비롯해 요리·생활가전을 생산·판매해 지난해 1300억원대 매출을 올린 회사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휴롬이 생산하는 원액기 프리미엄 제품군(모델명 H310, H300, M100)을 비롯한 상당수 제품에 중국산 모터가 탑재됐다. 휴롬의 원액기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H310’부터 기존 프리미엄 제품 ‘휴롬이지’ ‘H300’에 이어 고가 제품인 ‘M100’까지 가격별 라인업이 형성되어 있는데,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M100은 판매가격이 59만9000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휴롬 관계자는 “전체 원액기 부품 중 중국산은 모터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고, 모터가 차지하는 것은 전체 자재의 5% 미만이라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대외무역관리규정 등에 따르면 HS코드 4자리가 동일할 경우 국산 원가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이면 ‘메이드 인 코리아’ 표기는 가능하다.
하지만 원액기 등과 같은 가전에서는 모터가 주요 부품인 만큼 국산 제품임을 강조해 온 휴롬이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액기와 같은 착즙가전에서 모터는 제품의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액기 모터는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부품으로 원액기의 수명과 내구성을 결정하고, 전체 부품 중요도의 60~7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모터에는 구리 등 가격이 비싼 원자재가 상당수가 포함돼 전체 생산원가의 40~50%에 이를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서 “중국산을 사용할 경우 국산보다 생산원가의 20~30%는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휴롬이 줄곧 국내 협력사의 부품을 사용해 원액기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임을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휴롬은 경남 김해공장에서 핵심 제품인 원액기 26종과 녹즙기 9종 등을 인근 협력사의 부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왔다.
관련 업계에서조차 휴롬이 중국산 모터를 사용하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휴롬은 중국산 짝퉁 원액기가 밀어닥치는 상황 속에서도 뚝심 있게 국내 생산을 고집하며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것이다.
1974년 김영기 회장이 창업한 휴롬은 저속착즙기술을 개발하면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액기를 만들었고, 2015년 매출액 23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원액기로만 지난해 누적 매출 1조원,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다. 지금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재원 대표(41)가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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