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극심한 엔화가치 하락에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엔·달러 환율이 17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은 내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7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의 전망을 소개했다.
사카키바라는 1990년대 일본 외환정책 책임자로 세계 외환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이제 재계 인사 대다수가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며 "170엔이 범위 안에 넉넉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엔화는 26일 오후 현재 달러당 147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 당국은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자 지난 2개월간 외환시장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총 570억달러(약 81조9000억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카키바라는 당국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하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며, 당국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BK자산운용의 케이티 리엔 역시 "일본 당국의 개입 시도가 효과가 있었던 때는 다른 주요 7개국(G7)과 공동 개입했을 때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앞으로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4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7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여전히 마이너스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일본은행의 단기금리는 -0.1%인데, 계속해서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하면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져 엔화가치는 더욱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국채 금리의 상승에 따른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카키바라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에 끝난 이후에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복면개입'에 대해 해당 방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이날 블룸버그에 전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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