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사용 명분 쌓기 위한 '거짓깃발작전' 우려
美 "러 핵사용 관련 물리적 정황은 아직 없어"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밤(dirty bombs)'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서방국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주장이 핵사용을 위한 명분을 만드려는 '거짓깃발(false flag)' 작전의 일환일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미 당국은 아직 러시아의 핵사용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은 외교장관 명의로 낸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더티밤 사용 가능성 주장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라며 "세계는 이 주장을 확전 명분으로 사용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티밤은 재래식 탄두에 방사성 물질을 집어넣는 무기를 일컫는 말로 핵무기와 같은 같은 파괴적 위력은 없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방사능을 유출시켜 피해를 일으키는 무기다. 특히 대량으로 사용시 전쟁 지역은 물론 주변지역까지 민간인 피해가 커질 수 있어 국제사회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 발표 후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우리는 그런 시도가 뻔히 들여다 보이며 세계가 그런 시도에 속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티밤을 쓰든 핵폭탄을 쓰든 러시아에 그 후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날 예정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면담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크렘린궁, 국방부, 외교부가 일제히 나서 서방국가들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더티밤을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 정보당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주요 전선에서 전황이 악화된 러시아가 핵무기를 먼저 쓰기 위한 명분으로 삼기 위한 일종의 거짓깃발작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영국 국방장관과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영토에서 더티밤을 사용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러시아의 허위 주장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나토 동맹은 이 같은 주장을 거부한다. 러시아는 이를 긴장 고조를 위한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핵사용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가운데 미 당국은 아직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키이우에 대한 '더티밤' 사용 가능성 보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어떤 물리적 준비의 정황도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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