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당대회 끝나자 북어선 NLL침범… 남북 경고 사격
북, 확성기 언급해 지상도발이나 핵실험 가능성 커져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끝나자 북한이 성동격서식 도발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북 군사적 충돌까지 염두해 놓은 도발을 할 가능성도 크다.
24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3시 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약 27㎞)에서 북한 상선(무포호) 1척이 NL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 통신 및 경고사격으로 퇴거 조치했지만, 북측에서 10발의 방사포를 쐈다"고 밝혔다.
북한은 서해 NLL 이남 수역에 자신들의 해상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는데, 남측 함정이 이 수역으로 진입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측은 북측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분계선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NLL을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 상선의 NLL 침범부터 북한군 방사포 사격, 북한군 총참모부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이 ‘잘 짜인 시나리오’에 따른 의도적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탄도미사일 발사, 군사분계선(MDL)에 근접한 위협 비행,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포병사격에 이어 서해 NLL 도발까지 감행한 것은 국지적 도발의 명분 축적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최근 전술핵무기 공격 능력까지 과시한 북한은 현시점이 NLL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북한은 이날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최근에 지상전선에서의 확성기 도발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8월의 남북 합의 이래 중단된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시 대응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 함정의 경고 통신을 확성기 도발로 표현했거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서 북한군의 접근에 대해 실시하는 경고 방송을 확성기 도발이라고 주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남측이 이날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확성기까지 언급한 것은 상투적인 트집 잡기, 적반하장식 책임 돌리기 전술로도 보인다.
24일부터 27일까지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서해상에서 실시되는 실기동 합동훈련과 이달 3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빌미로 도발을 할 수도 있다. 앞서 북한은 이달 14일 5차례, 18~19일 3차례 동·서해 완충구역으로 포병사격을 하면서 남측 철원 지역 다연장로켓(MLRS) 사격에 책임을 돌린 바 있다. 그러나 해당 MLRS 사격 훈련은 과거부터 지속된 일상적 훈련으로 9·19 합의와 무관한 것인데도 자신들의 포격을 정당화하려고 트집을 잡은 것이다.
NLL 해상 일대에서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한 것은 도발 명분 쌓기로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현재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북한이 제3의 장소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잠재적으로 핵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 있다"며 임박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잠재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이 ‘대만 통일’을 장기 집권의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역내 군사적 위기가 중첩되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여길 거란 판단이다. 북한은 앞서 2017년 9월엔 시 주석 주재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정상회의가 개막한 당일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가 중국 당국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적도 있다. 중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 뒤인 같은 해 9월11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제2375호 채택 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만에 집중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선 넘는 도발에 나서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며 "신냉전 구도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까지 고조되면, 중국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경제적 파트너인 한국까지 대만 사태에 엮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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