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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외치던 유럽, 中 텃밭되나…풍력업체 감원·손실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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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멘스 가메사 직원 10% 정리해고
덴마크 베스타스는 1조2500억원 손실
중국산 풍력 터빈 수입은 2년새 두배 증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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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설비를 크게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유럽 풍력발전업체들은 잇따라 대규모 손실과 감원을 발표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풍력 발전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풍력 터빈 제조업체 지멘스 가메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약 2900명 직원을 해고하겠고 발표했다. 전체 인력 2만7000명의 10%가 넘는 규모다. GE도 이달 초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육상 풍력사업부 직원들에게 대규모 감원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 풍력사업부는 GE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 말 기준 고용 규모가 3만8000명이 넘는다.

덴마크 풍력 터빈 제조업체 베스타스는 올해 상반기에 8억8400만유로(1조25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900만유로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지멘스도 올해 1분기에 거의 12년 만에 분기 손실을 기록했는데 러시아 사업 자산 상각과 풍력터빈 자회사 가메사의 대규모 손실 때문이었다.


인플레이션으로 구리, 철강 등 풍력터빈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풍력발전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게다가 중국 풍력발전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유럽 풍력발전 업체들의 위기감은 더 커졌다. 유럽의 중국 풍력터빈 수입 규모는 2019년 2억1100만유로에서 지난해 4억1100만유로로 2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중국 풍력 업체들은 급성장하는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전 세계 풍력발전 설비 규모는 93.6기가와트(GW)인데 이 중 50.9%에 해당하는 47.6GW가 중국에 설치됐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데다 자국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제조 비용 인하로 이어지면서 유럽 업체들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모닝스타의 매튜 도넌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재정적으로 더 안정적일 뿐 아니라 더 적은 비용으로 풍력터빈을 제조할 수 있다"며 "유럽 풍력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에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EU가 신재생 에너지 산업 확대를 발표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략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현재 32%에서 2030년 45%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리파워EU(RePowerEU)' 전략을 발표했다.


GWEC의 벤 백웰 최고경영자(CEO)도 "중국 업체들이 지금은 신흥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멘스의 존 레자미츠 코타자 홍보 담당 대표는 "유럽 풍력 업체들이 비용 상승 탓에 모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친환경 유럽이 유럽 기술 없이 정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멘스, 베스타스 등 유럽 주요 풍력 업체들은 이미 지난 2월 EU에 공개서한을 보내 풍력 발전 계획 승인을 빨리 내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풍력 업체들은 허가 지연이 비용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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