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IC 콘퍼런스
'DTx, 임상 그리고 제약산업'
강성지 "DTx, 정밀의학으로 나아가야"
남병호 "약·의료기기와 다른 DTx, 임상부터 신경써야"
권소현 "DTx, 제약사에도 혁명적 기회"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이르면 올해 안으로 첫 국내 디지털 치료제(DTx)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DTx 산업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 개최로 열린 '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KIC)'에서는 'DTx, 임상 그리고 제약산업(DTx, Clinical Trials, and the Pharmaceutical Industry)'을 주제로 현재 국내 DTx 산업의 현황과 임상 및 개발 협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현재 DTx '필로우Rx'를 개발하고 있는 강성지 웰트 대표, 임상연구 활동을 벌여오다 DTx 개발업체 헤링스를 창업한 남병호 대표, 제약사를 기반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권소현 이노큐브 대표 등이 현재 DTx 사업을 진단하면서 동시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화'를 넘어 '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야… '정밀의학' 꿈꾸는 DTx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 개최로 열린 '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KIC)'에서 강성지 웰트 대표가 '국내 디지털 치료 현황 개관'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가장 처음 연자로 나선 강성지 웰트 대표는 '국내 디지털 치료 현황 개관(Overview of Digital Therapy landscape in Korea)'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구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DTx는 진화하는 치료법"이라며 "기존의 탄탄한 치료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지중재치료(CBT) 등 기존의 치료법을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걸 넘어 보다 나은 치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DTx가 스마트폰 등 기존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면서도 명확한 차이점을 토대로 제품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통해 환자를 정교하게 찾는, 특정 질환자를 위한 기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마트폰에 이미 관련 자료가 모두 있지만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활용되지 않는 자료가 있다"며 "만약 사용자가 불면증 환자라면 자다 깨 시간을 보느라 스마트폰을 켰던 내역을 저장하고, 카페에 갔다는 걸 가계부 앱뿐 아니라 건강에 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실제 의료진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확인해 미리 스크리닝까지 할 수 있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국내 DTx 산업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최근 업계가 급성장하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몇 년 전 웰트가 디지털치료제협회(DTA)에 가입할 때만 해도 아시아 지역 가입사가 하나도 없었다"면서도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지털치료기기(DTx)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을 기점으로 여러 지원과 제도적 진전이 이뤄지면서 기틀이 마련됐다고 봤다.
일반 약·의료기기와 다른 DTx 임상… 대조군 설정부터 신경 써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 개최로 열린 '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KIC)'에서 남병호 헤링스 대표가 'DTx 임상 디자인에 있어서 고려사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이어 남병호 헤링스 대표는 'DTx 임상 디자인에 있어서 고려 사항(Design Considerations for Clinical Trials in Digital Therapeutics)'을 주제로 잘 디자인된 임상을 통해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며 ""아무리 좋은 약·의료기기라 하더라도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 나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 대표는 헤링스 설립 전 보건통계학자로서 미국 보스턴대 교수, 국립암센터 임상연구협력센터장을 맡는 등 임상 연구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다.
남 대표는 '대조군(control group)' 설정을 특히 신경 써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통상적으로 임상 과정에서 대조군으로는 위약(placebo), 비치료(no-treatment), 용량-반응(dose-response) 등이 쓰이지만 DTx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서 일반 약이나 하드웨어 의료기기와는 다른 만큼 대조군 설정에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DTx에 가장 많이 쓰이는 대조군 설정 방법의 하나로 '활동/긍정(Active/positive)'군을 꼽았다. 현재 쓰이고 있는 기존 치료법보다 새로운 치료법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쓰이는 임상 디자인 방법이다. 남 대표는 "표준 치료법을 대조군으로 설정하고 DTx를 여기에 추가했을 때 치료 효과를 증진할 수 있는지 입증하는 방법"이라며 "윤리적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앞서 DTx 임상에 성공한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리셋(RESET)', 빅 헬스(Big Health)의 '슬리피오(Sleepio)' 등도 이 같은 디자인을 통해 효능 입증에 성공했다.
제약사에게도 새로운 먹거리되는 DTx… "DTx 개발사, 제약사의 눈으로 바라봐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 개최로 열린 '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KIC)'에서 권소현 이노큐브 대표가 '제약사와 DTx 개발사 간의 협력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마지막으로 강연에 나선 권소현 이노큐브 대표는 '제약사와 DTx 개발 사 간의 협력 전략(Strategies of Business Cooperation between pharmaceutical industry and DTx companies)' 강연을 통해 제약사에게 DTx가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권 대표는 지난 1월부터 국내 대형 제약사 중 하나인 한독 의 바이오벤처 엑셀리레이팅 자회사인 이노큐브 대표를 맡고 있다. 10여년 간 한독에서 BD(사업 개발) 업무를 맡으면서 지난해 한독이 웰트에 대해 단행한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DTx는 제약사들에게 있어서 연구개발(R&D), 임상, 규제, 수가 면에서는 진화적이고, 상업화 면에서는 혁명적"이라며 "DTx가 궁극적인 목표로 환자 중심 비즈니스와 의료 환경 조성을 설정하는 만큼 이는 제약사에게 혁명적 부분"이라고 전했다. 또한 경제적 가치 면에서도 "수명이 다한 약에 대해 DTx로 모니터링 등 추가 요법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며 "실시간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등 환자 참여(engagement)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DTx가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도 말했다.
권 대표는 DTx 개발사에도 제약사와의 협력이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DTx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가 아니다"라며 "약은 의료인의 손을 거쳐야 하고 검증돼야 하는 만큼 경험 있는 제약사와 함께 간다면 (시장에) 더욱 효과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DTx 개발사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권 대표는 "제약사들의 수요(needs)를 이해해야 한다"며 "제약사의 관점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질환을 대상으로 어떤 DTx를 개발하려고 하는지 명확히 하고 제약사와 함께 비전을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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