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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의 시니어트렌드] 활력을 주는 일자리...평생 현역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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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만 하면 행복할까? 장수시대, 노는 것도 고역일 수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91세의 현역 최고령 모델 카르멘 델로레피체는 105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하며 최근 ‘우아하게 나이들기’란 누드화보에 도전했다. 74세의 나이로 작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도 있다. ‘전국노래자랑’의 고(故) 송해도 95세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95세로 세계 최고령 지휘자지만 여전히 음악에서 활력을 얻는다며 왕성환 활동을 하고 있는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도 있다.

이런 특별한 '평생 현역' 사례와는 별개로 전반적인 상황은 녹록치 않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들은 평균 49.3세에 주된 일자리를 퇴직한다. 가장 오래 근무한 곳을 떠나야 하는 이유 중 40% 가량은 ‘사업부진, 휴·폐업, 정리해고 및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요인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일을 한다. 실질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은퇴하게 되는 나이는 평균 72.3세로 나타났다. 각종 설문 결과로는 재정적인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인생 3막을 준비하기 위해서 일거리는 필수 요소다. 세가지 관점에서 근거를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한국의 베이비부모 세대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개발시대의 역군이다. 이미 '일 중독'이 체화돼 있고 이 성장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평생에 걸쳐 일하는 습관을 들였으니 갑자기 일을 아예 안 하고는 살 수가 없다. 삶 자체가 일하는 것을 기본 50년 이상으로 설정돼 있다.


둘째, 일이 주는 관계와 금전적 이득 때문이다. ‘일하는 조직’은 소속된 사람에게 규율과 안정감을 부여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이 평균 17.2명이고, 한국은 46.6명으로 2배가 넘는 1위 국가다.(2019년 기준) 혼자가 편하다기보다 혼자는 외로운, 무리짓는 세대다. 일을 하는 것은 돈과 사회적 교류를 만들어준다.

셋째, 건강하기 위해서다. 올초부터 써드에이지는 연세대학교 유기봉 교수와 은퇴 후 ‘노인의 일자리 여부에 따른 건강함 정도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패널과 한국의료패널을 토대로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어떤 일이 됐건 일이 있는 사람이 더 건강했다. 공공일자리든 전혀 새로운 일이든 은퇴는 고령자의 삶에 있어 물리적·심리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유발해 삶의 질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다만, 일다운 일은 준비된 시니어와 조직만이 가질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을 존경한다. 그는 '왜 일하는가'라는 책에서 ‘일이 주는 의미’를 ‘인간을 완성하는 도구’라고 했다. 서양에서는 일이란 어쩔 수 없이 떠맡은 의무이자 책임으로, 그것으로부터 해방됨은 자유이며 행복이라는 사고방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일은 가급적 짧게 하고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필요악이자 고통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관점에서는 일이란 나의 내면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평생 자신을 수련하고 성장시키며 사회와 연결짓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매개체로 인식한다. 그가 말한 인생과 일의 방정식은 같았다. 능력 x 열의 x 사고방식이다.


평생 현역으로 살고자 한다면 실용적인 배움을 이어가야 하고, 열린 마음과 경청이 필요하다. 산업 환경의 빠른 변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청년층을 선호하는 문화 등으로 인해 기존에 오래 일하고 노하우가 있던 분야로의 재취업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국내외로 활용하려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기보다 관리자라고 해도 현업 실무를 직접하면서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입으로만 일하려는 시니어와 같이 일하고 싶은 주니어나 조직은 없다.


필자는 기존의 금융시장과 전문가 네트워크 플랫폼 경력을 활용해, 작년부터 대기업에서 관리직으로 은퇴한 사람을 스타트업의 자문 역할에 연결하는 일을 간간히 해왔다. 외국에서 일하면서 6년 남짓 담당했던 일본 노동시장의 정년 연장이나 50대 베테랑의 복귀를 직접 경험했다.


유사성이 높은 한국에도 변화가 닥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각자 어느 별에서 왔니?’를 묻고 싶을 정도로 잘 맞지 않았다. 사용하는 일 도구, 일처리 방식, 회사에 대한 태도 등 모든 것이 달랐다. 모든 ‘시니어’가 ‘평생 학습’을 체화하고 있지 않았다. 조직 역시 시니어의 풍부한 경험이나 감성 지능, 지식 공유를 지원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직이 50대 시니어들의 기술 습득에 도움이 되는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구글과 BMW 등의 기업이 이미 장년 친화 기업 만들기 실험을 시작했다.


‘평생 현역’ 방향은 속도를 높일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나이듦은 모두에게 찾아온다. 시기와 해결책은 다르더라도 ‘일’이 주는 가치, 효용은 분명하다. 우리에겐 일이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이나모리 회장의 말을 인용한다.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며,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우리에겐 매일 성장이 필요하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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