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문 연 ‘호라이즌 월드’ 이용자 목표치 절반도 못 채워
메타 내부 보고서에서 '텅 빈 세상은 슬픈 세상' 자조적 표현
메타가 야심차게 선보인 3차원 가상세계 '호라이즌 월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이용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메타 플랫폼의 '호라이즌 월드'.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여성 없는 '핫걸 서머 루프탑 풀파티', 죽일 사람 없는 '살인마을'…. 메타(구 페이스북)가 지난해 말 야심차게 선보인 가상현실(VR)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의 현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메타 내부 문건들을 입수해 '호라이즌 월드'가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라이즌 월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들을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쇼핑, 파티, 일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세상이다. 메타는 기업명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꿔가면서까지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탈피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크리에이터들이 호라이즌 월드에 만든 가상 공간 중에서 최소 50명 이상이 방문한 곳은 겨우 9%에 불과하다. 또 대부분의 접속자가 방문 한달이 지나면 다시 이곳을 찾지 않아 이용자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내부 보고서는 '텅 빈 세상은 슬픈 세상'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쓰기까지 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원인 분석에 나섰다. 응답자들은 '마음에 드는 메타버스 세상이 없다' '어울릴 사람이 없다' '사람이 진짜 같지 않다' '아바타에 다리가 없다' 등 다양한 불만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설문에 응답한 응답자마저 겨우 514명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문건에 따르면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의 월 활성 이용자 목표치를 원래 올 연말 기준 50만명으로 세웠으나, 최근 28만명으로 목표치를 대폭 수정했다. 현재 메타의 월 활성 이용자는 20만명 미만이라 이용자가 40%나 증가해야 수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호라이즌 월드의 이용을 저해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호라이즌 이용자들의 남녀 성비는 남 2: 여 1인데, 일부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이용해 성희롱과 성폭력을 저지른 사례가 잇따랐고 버그(오류) 발생도 잦다. 또 호라이즌 월드를 이용하려면 '퀘스트' VR 헤드셋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고가인데다 계속 상위 모델이 나오고 있어 사용자들의 진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전문가들을 위한 '퀘스트 프로' 제품을 새로 선보였는데 이 제품의 가격은 1500달러(219만원)에 달한다. 이날 저커버그는 "호라이즌 월드의 아바타가 곧 다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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