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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파스타에 의약품까지 “없어서 못 팔아” … 강달러 충격 덮친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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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부, 달러 사용 제한하며 수입장벽 높여
식료품·의약품 등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져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상인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수세미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상인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수세미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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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달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가 오르고 달러 부채 비중이 지속해서 커지면서다.


이집트 정부는 보유 외환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 사용을 제한하고 나섰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수입 대란에 불을 지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지난 3월 수입업자들의 달러 사용을 제한하고 은행 고객들의 달러 인출을 어렵게 하는 조처를 했다.


이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강달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WSJ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앞으로 수년간 상환해야 할 외채는 1580억달러(약 228조원)에 이른다. 특히 곡물 구매와 자국 통화인 이집트 파운드화 방어를 위해선 달러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의 이같은 외환관리 정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약 410억달러에서 지난 8월 330억달러로 감소했다.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는 연초보다 20%나 떨어졌으며, 이집트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15%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높아진 수입장벽은 의약품이나 식료품 등의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달러 강세로 전 세계에서 식량이나 가스 등의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수입업자들이 쓸 수 있는 달러가 없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아흐메드 알리는 "매일 손님들에게 원하는 약이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WSJ에 전했다.


빵과 파스타 등 이집트인들의 주식도 위협받고 있다. 카림 아부 갈리 이집트산업연맹 곡물위원회 위원은 "지난달에만 밀 가격이 20%가량 올랐는데, 달러를 공급받지 못한 민간 업체들이 이를 수입하지 못해 곡물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산 주방용품과 프랑스 치즈, 미국산 자동차 같은 제품으로도 수입 감소 여파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일부 수입업자는 정부에 신속한 달러 공급을 요구하는 한편, 중앙은행의 더 폭넓은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집트 카이로의 한 환전소에서 미국 달러화를 이집트 파운드화로 바꾸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집트 카이로의 한 환전소에서 미국 달러화를 이집트 파운드화로 바꾸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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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대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IMF의 두 번째 대형 채무국으로 알려진 이집트는 지난 3월부터 추가 대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협상이 타결되면 60억달러(약 8조6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집트가 민간 부문의 침체와 빈곤층 증가 등으로 이미 경기 후퇴에 들어섰다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온다. 이집트의 이같은 수입 문제가 기업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소비자 지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 등이 급등한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민간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신흥국들이 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IMF와 세계은행(WB)이 각국에 지원한 대출 규모도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상황이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0일 "강달러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 유출과 유럽 에너지 위기 등이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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