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25년부터 全차종 OTA 적용…SW에 18조 투자"

"IT 기반 모빌리티기업 전환…새 고객경험 제공"
올 연말 1000만대→2025년 2000만대 확대
차량개발기간 단축 20% 비용 절감
판매 후 수익모델 신규 사업 가능해져
SW 경쟁력 강화 18조원 투입…인력·조직 확대

커넥티드카 개념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2025년부터 출시되는 현대차 · 기아 의 모든 차종에 무선업데이트(OTA)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차량 전반이 소프트웨어로 제어가 가능해지면서 직접 정비센터를 가지 않아도 늘 최신상태로 유지하는 게 가능해진다. 자동차를 만들고 사용하는 전반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회사의 수익구조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12일 회사 유튜브 채널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술·비전 발표 행사를 열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전후로 항상 강조해왔던 내용이다. 그간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즉 굴러다니는 기계를 잘 만드는 게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됐다면 앞으로는 이동수단 자체를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이동서비스와 관련한 사업 전반이 소프트웨어로 좌우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OTA 서비스의 경우 현재 판매 중인 차량에 대해서도 적용 중이나 각 시장이나 차종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앞으로는 이를 전 차종으로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차량 플랫폼과 통합 제어기,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2025년부터 전 세계에서 파는 모든 차량에 대해 OTA를 기본 적용키로 했다.

올해 연말 기준 현대차그룹 OTA인 커넥티드 서비스 가입차량은 1000만대 수준에서 2025년이면 2000만대로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OTA가 적용되면 차량을 직접 정비센터로 보내지 않아도 원할 때 차량 성능개선, 신규 기능 탑재가 가능해진다. 항상 최신 상태로 차량이 유지돼 그만큼 중고찻값도 오른다. 고객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는 내년 일부 차종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추교웅 현대차그룹 전자·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은 "무선 업데이트 기술이 적용되면 차량을 구입한 후에도 기능과 성능 업데이트가 가능해 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발전하고 똑똑해진다"라고 말했다.

SDV를 개발하기 위해 공용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함에 따라 기획·설계·제조 등 일련의 양산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신차 개발이나 양산공정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가 적용된 차량은 2025년부터 선보이기로 했다.

차량별로 달랐던 아키텍처도 통합한다. eM과 eS 플랫폼 모두 현대차그룹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아래 나왔다. IMA는 전기차 핵심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한 개발체계로, 지금은 각 전기차 모델마다 배터리나 모터 사양이 다른데 이를 표준화해 차급별로 한층 유연하게 제작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제어기도 통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차량의 각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제어기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모두 개별로 수정해야 했는데 이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는 "급변하는 시장과 고객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제품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하나로 연결된 커넥티드카가 생성하는 대량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엔비디아와 협업, 고성능 정보처리 반도체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드웨어를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에 탑재했다. 이를 통해 통신처리 능력이 향상돼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 OTA업데이트 등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장웅준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사업부장은 "올 연말 2세대 통합 제어기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인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개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원격자율주차 기능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차량 생애 전주기에 걸쳐 생성되는 데이터를 서로 결합·가공하고 그에 따른 서비스, 나아가 수익구조가 가능한 데이터 플랫폼도 갖춘다. 진은숙 현대차그룹 ICT 혁신본부장은 "단순히 차량 주행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의 모든 라이프사이클과 연결하는 것"이라며 "고객에게 편리하고 다양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설립될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는 이러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맡는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용 기기(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키로 했다. 이렇게 개발한 기기는 스마트폰과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양한 응용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수 있도록 생태계도 조성할 계획이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TaaS본부장은 "미래에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이 보편화된다"며 "이동에 대한 사람의 생각과 수단이 바뀔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등장해 이동산업의 패러다임의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스마트 모빌리티 개발에 속도를 내고 IT 기반 모빌리티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인력, 조직에 대규모로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차원에서 2030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한다. 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개발을 비롯해 스타트업·연구기관 대상 전략 지분 투자,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을 한다. 해외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개발조직도 점차 늘리기로 했다.

이러한 구상대로 모빌리티 생태계가 조성되면 자동차 회사의 수익구조도 바뀔 전망이다. 플랫폼이 공용화되면 차급과 관계없이 부품을 공유할 수 있어 제조원가가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내다봤다. 구독형 서비스 매출이 늘어나는 한편 다양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통해 신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국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우수한 하드웨어 기술 위에 우리만의 최적화된 전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하고 그 적용영역을 확대해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