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한숨 짓는 중·소상공인들
"소상공인 124만명 도산 위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심각한 우려"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 촉구
경기도 고양시에서 조명업체를 운영하는 조진영 대표(가명)는 최근 5년간 적자를 보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건설 현장에 조명기구를 납품하는데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익이 줄어 대출로 버티고 있다. 조씨는 "연 매출 50억원은 올려야 회사의 정상 운영이 가능한데 올해는 그보다 낮은 35억원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빨리 접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할 줄 아는 게 이 일이라 버티고 있다"면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조씨가 문의한 주거래은행에서 제시한 대출금리는 8% 수준까지 치솟았다. 12일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됐으니 얼마나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건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금천구에서 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높아지는 대출 이자에 속을 썩고 있다. 그는 변동금리 대출 이자가 최근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완화되면서 매출이 개선될까 기대했지만, 이제는 고금리·고물가와 씨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0.5%포인트 올렸다. 코로나19, 경제 변동성, 재난 등 소상공인을 위기로 모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3.0%로 올리는 ‘빅스텝’을 취하면 소상공인 124만명이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에 내놨다.
중기연은 기준금리 3.0%가 되면 소상공인 6만명이 추가로 한계 상황에 직면하면서 124만3000명이 한계 소상공인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계 소상공인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부실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조사를 맡은 정은애 연구위원은 "전체 기업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 규모가 매우 크고 사회에 전파되는 파장 또한 크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의 부실은 가계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실 소상공인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경고음을 냈다. 금융권에는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금통위의 2회 연속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원자잿값 급등과 대출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가중과 관련해서 업계는 이구동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권도 기준금리 인상 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계 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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