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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 9년 전 안산으로 갔으면 달랐을까… 이재명-성남FC 인연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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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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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프로축구 성남FC가 2부리그로 다시 떨어졌다. 2018년 1부로 승격한 이후 4년 만이다. 성남은 지난 9일 김천 상무와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기면서 남은 3경기에 관계 없이 강등이 확정됐다. 1년 내내 그라운드 안팎으로 흔들렸던 성남은 결국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성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외풍에 시달렸다. 전임 정권의 잔재라는 인식마저 생겨 손가락질 받았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시즌 도중 구단의 해체 또는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살아 남는다고 해도 2부로 강등되는 내년, 사실상 영혼 없는 '유령구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는 이미 예산을 대폭 감축할 것이 유력하다. 주축 선수들은 돈이 없는 팀에 남을 이유가 없다. 모두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9년 전 팀이 안산으로 옮겼다면 운명은 바꼈을까. 성남의 내막을 잘 아는 축구인들은 2013년 10월 정치적인 목적으로 성남을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한 이 대표와의 인연이 결국 팀이 사라지는 비극으로 끝날까 우려하고 있다.


안산 이전을 목전에 뒀지만… 이재명이 뒤집어

성남은 본래 9년 전 경기도 안산시로 연고를 이전하려 했었다. 거의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이 대표가 돌연 이를 뒤집었다.


성남은 2013년 8월 구단을 운영하던 통일교재단이 손을 떼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성남시와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도 관내 기독교인들의 반발이 거세다며 구단을 인수하지 않으려 했다. 기독교인들은 통일교재단이 운영하던 팀을 인수하는 데 반감이 있었다. 다만 해체 위기까지 간 것은 아니었다. 경기도 안산시가 구단에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구단은 일부 선수들을 이적시켜 당시 자산가치 380억이었던 구단의 부피를 줄여 연고지를 안산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발빠르게 움직여 재창단을 목전에 앞뒀다. 그러다 2013년 10월 이 시장과 성남시가 구단 인수 의사를 밝히는 등 돌변하면서 안산시와 진행하던 이전 절차와 계약을 철회했다. 구단도 일화 시절 성남 구단의 영광을 추억하는 '올드 축구팬'들을 위해 '성남'이라는 간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쁘게 받아들여 갑작스레 바뀐 성남시의 제안에 응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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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공모주 부족하자 이재명, 관내 교회도 순방

구단을 재창단하기로 했지만 걸림돌이 있었다. 돈이었다. 이 대표는 시 예산 70억, 기업 후원 50억, 시민공모주 30억. 총 150억원이면 될 것이라 계산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성남시는 관내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40여 곳을 접촉했지만 기업 후원액 50억원을 구하지 못했다. 시민공모주도 6억8000만원에 그쳤다.

이 대표는 시민공모주 홍보를 위해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 2014년 2월 관내에 있는 교회들을 돌았다. 적게는 100명, 많게는 1000명의 신도가 있는 대형교회 등을 찾아 목사의 설교가 끝난 뒤 신도들 앞에 나가 구단의 시민주 공모에 응해달라고 연설했다. 구단의 전신인 성남일화를 통일교재단이 운영하다 떠난 점을 강조하면 교회 신도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본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이 대표와 성남시는 '민원 사안'이 있던 관내 기업들도 물색해 접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인허가와 용도 변경 등을 원하는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성남FC 후원을 제안했다. 이런 방식으로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두산건설(42억원), 네이버(39억원), 농협(36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알파돔시티(5억5000만원), 현대백화점(5억원)로 총 6곳이다.


수백억 후원금 받았지만, 선수단 지원도 성적도 하향세

이 대표가 구단주로 있던 2014~2017년 팀은 수백억원대 후원금을 받았지만 선수단 지원은 오히려 점차 줄었다. 스포츠에선 구단 재정이 든든해지면 지원 규모가 커지고 선수단의 질은 높아져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순리다. 각종 지표를 볼 때 성남은 그렇지 않았다.


재창단 후 첫 시즌이었던 2014년에만 큰 돈을 들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낸 연도별 선수단 연봉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성남 선수들 연봉 총액은 61억2300만원으로 전 구단 중 6번째로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인 선수 세르베르 제파로프는 연봉 11억16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선수들 봉급은 차츰 깎였다. 2015년 47억2674만원, 2016년 45억7141만원이었다. 강등돼 2부에서 경기한 2017년은 38억9873만원이었다. 성적도 급락했다. 2014년에는 정규리그 9위를 했지만 FA컵에서는 우승했다. 우승 자격으로 2015년에 나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선 16강까지 올랐다. 정규리그는 5위였다. 2016년에는 정규리그 11위로 1부에서 2부로 강등됐다. 2017년에는 2부에서 4위에 그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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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압수물 분석 중… 관련자 소환 전망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진실은 밝혀질까.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2013년 8월부터 이 대표와 성남시가 축구단을 인수하고 후원금을 모은 정황들을 정리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지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도 분석하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달 16일 두산건설 등에 검사, 수사관들을 보내 자료를 확보한 이후 20일간 37곳을 3번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전날에는 농협은행 성남시지부, 판교 알파돔시티 사무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 등 7곳을 살폈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소환조사는 이르면 이번 주에도 가능성이 있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우선 유력하다. 정 실장은 당시 성남 구단 관련 업무에 대부분을 결재했다. 이어 이 대표도 소환할 수도 있다. 검찰은 정 실장과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측은 구단주 재직 당시에 후원금을 받는 등의 행위는 모두 "광고 업무로 구단 고유의 영업"이라며 위법성을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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