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ASA, 전력 생산량 급감에 2주간 가동 중단
지진계 가동 중단 등 긴급 조치
"모래 폭풍 또 오면 수명 오래 못 갈 듯"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화성에서 거대한 모래 폭풍이 불면서 미국의 화성 착륙 탐사선 인사이트호가 또다시 활동 종료의 위기에 처했다. 안 그래도 태양광 패널을 덮고 있던 모래가 더 두꺼워져 전력 생산량이 줄어들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운영진들이 복구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NASA에 따르면, 인사이트호가 자리 잡고 있는 화성 남반구에 지난달 21일부터 대륙 하나 크기만 한 모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인사이트호로부터 3500km나 떨어져 있어 처음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3일 다시 확인해보니 모래 폭풍의 영향으로 인사이트호 주변의 모래 높이가 40% 가까이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의 폭풍은 대기가 옅어 지구의 태풍이나 허리케인처럼 큰 파괴력은 없다. 하지만 시속 100km에 가까운 바람이 모래와 먼지를 대기권 높이 솟구치게 만들고, 이것들이 천천히 떨어져 내리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엔 하나의 폭풍이 화성 전체를 모래 먼지로 뒤덮은 것이 관측됐었다.
무엇보다 인사이트호 태양광 패널 위에 쌓인 모래의 두께가 더 두꺼워져 전력 생산량도 급격히 하락했다. 화성의 하루를 기준으로 시간당 425W에서 275W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인사이트호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었던 지진파 측정기의 예상 수명도 급격히 단축될 전망이다. NASA는 전력 생산량이 이대로라면 지진파 측정기가 앞으로 수주 안에 가동을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NASA는 최대한 인사이트호의 작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앞으로 2주간 지진파 측정기를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안 그래도 태양광 패널 먼지 축적에 따른 전력 문제 때문에 이달 말에서 내년 1월 사이에 수명이 끝날 것으로 예측했었다. 다행히 화성 궤도선(MRO)의 측정 결과 모래 폭풍의 크기가 더 커지지 않는 등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다.
척 스콧 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인사이트호의 전력 수준은 마지막 한 칸 남았던 것이 사라지고 밑바닥에 다다른 상태"라며 "만약 이번 모래 폭풍을 견딜 수 있다면 겨울까지 작동시킬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모래 폭풍이 다가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사이트호 2018년 11월 26일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에 착륙했다. 굴착 및 지형 측량을 위한 로봇 팔, 지진계, 열 감지기, 자전 진동 측정 안테나 등을 갖춰 화성의 내부 구조와 성분 등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됐다. 바퀴가 없이 한 곳에 고정돼 화성 내부 탐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굴착 장비가 땅을 제대로 파내지 못해 목표 깊이 3m는 커녕 6cm 정도 뚫는데 그치는 등 고난을 겪어 왔다. NASA 과학자들은 당초 엘리시움 평원이 바람이 잘 불지 않는 곳으로 예측해 태양광 패널에 모래 제거 장비를 부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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