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노골적으로 시사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다. 또한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의 수출 통제 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중국의 첨단 컴퓨팅칩 확보, 슈퍼컴퓨터와 첨단 반도체를 개발·유지하기 위한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이 특정 수준 이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구체적으로 미국 기업이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14nm 이하 로직칩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는 현재 중국 기업이 만들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품목들이다.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한하겠다는 메시지를 노골화한 것이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발표된 통제 조치에 따르면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의 경우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통제되고, 외국 기업(multinationals)의 경우 개별적 심사로 결정된다.
현재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생산장비는 허가되지만, 향후에는 개별적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미국 정부는 첨단 컴퓨팅 반도체칩, 슈퍼컴퓨터용 거래 등에 대해서도 수출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고성능 AI 학습용칩, 슈퍼컴퓨터용 특정 반도체 등이 통제 대상에 올랐다. 앞서 지난 8월 자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AMD에 AI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허가 없이 중국에 반출하지 말 것을 지시한 연장선상이다.
아울러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메모리칩 생산업체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중국 기업 31개 사를 수출통제대상으로 추가로 지정했다.
테아 로즈먼 켄들러 미국 상무부 수출관리 담당차관보는 "우리 조치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은 혁신과 가치에 대한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뉴욕주에 위치한 IBM 생산시설을 방문해 "공급망은 미국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끝날 것"이라며 "제조업 부흥과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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