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폭발로 화재…다리·손 등에 2도 화상
소비자 리뷰에도 폭발 위험성 제기, 7월엔 유사 사고까지
"위험성 알고도 판매…무책임한 태도"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충전하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 소비자가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배터리 업체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시에서 맞벌이하는 30대 A씨와 아내는 최근 일을 하지 못한 채 수원시의 한 병원에 다니고 있다.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화재로 심한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달 21일 새벽 3시30분쯤 발생했다. 당시 잠을 자고 있던 A씨 부부는 갑자기 '퍽'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이후 주위를 살펴보니 거실 안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충전 중이던 보조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이 거실벽을 따라 위로 타올랐던 것이다.
A씨가 사고 직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넓적한 모양의 배터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또한 배터리 내부 부품들이 터져 나와 흩어지며 완전히 녹아버렸다. 문제의 배터리는 중국의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제품을 국내 업체가 들여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안전 인증을 받아 판매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A씨는 다리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그의 아내는 양손에 2도 화상을 입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도 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또한 이들 부부 사이에서 잠을 자던 아기도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를 흡입했다고 한다.
물적 피해도 적지 않았다. 배터리가 놓여있던 소파는 심하게 불에 타 사용할 수 없게 됐으며 벽에는 검은 그을음이 생겼다. 또 공기청정기나 휴대전화 같은 다른 물건들도 훼손됐다.
그러나 배터리 판매 업체는 사건과 관련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이 업체는 고객센터를 통해 사고를 접수했음에도 1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잘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업체로부터 배터리의 폭발 원인과 피해 보상에 관해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후 업체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편 이 제품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A씨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업체가 원인 분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제품을 이용한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를 보면 '배터리에서 연기가 났다' '발열이 너무 심하다' '터질 것 같아 무섭다' 등 주로 폭발과 화재 위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배터리의 위험성에 관해 업체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업체는 소비자들의 이같은 후기에 '소중한 리뷰 참고해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남길 뿐이었다. 지난 7월에야 일부 소비자들에게 연락해 노후 제품을 교환해주는 조처를 했으나, 근원적인 문제 해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업체가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했다며 한국제품안전관리원에 신고한 상태다. 제품안전관리원은 KC 인증 제품에 대해 사고 조사 후 제품 수거 명령과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업체는 "KC 인증 기준에 맞춰 제조했다"면서도 "배터리 안의 과열 차단 부품의 불량 가능성이 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닌 사고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위로와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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