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의 로버들이 화성에서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대 바다ㆍ홍수 발생의 증거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정황'만 확인하고 있을 뿐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이 채취한 표본을 회수해 지구에 갖고 와서 분석하더라도 생명체 존재의 증거는 발견하기 힘들 전망이다. 왜 그럴까? 정답은 우주방사선과 '굴착기'다.
◇우주선(線)이 생명체 증거 파괴
1일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팀은 최근 화성의 표면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연구한 결과 우주방사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화성 토양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을 분해해버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지난 6월24일 출판된 국제 학술지 '아스트로바이올로지'에 게재했다
NASA는 지난해 2월 화성에 착륙한 퍼서비어런스 등 로버들을 통해 암석ㆍ토양 표본 채취를 통해 고대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확인하고 싶은 물질은 바로 아미노산이다. 자연적 화학 작용에 의해 생성되기도 하지만 지구상 생명체들을 이루는 단백질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기가 보호해주는 지구와 달리 화성 표면에 쏟아져 내리는 고에너지의 우주선이 아미노산과 같은 물질을 분해해 버린다는 것이다. 대부분 프로톤과 헬륨 이온으로 구성된 우주선은 태양 등 항성 폭발을 통해 생성되며, 단단한 암석 등 모든 곳을 뚫고 들어가면서 아미노산 등 유기 분자를 포함한 모든 물질을 이온화하고 파괴한다.
연구팀은 현재 화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버가 표본 수집을 위해 팔 수 있는 깊이는 겨우 2인치(약 5㎝)에 불과한데, 이 정도 깊이면 그 속에 아미노산이 존재하더라도 우주선이 침투해 분해해버리는 데 2000만년이면 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던 시기가 수십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기간이다. 따라서 화성 로버들이 '운 좋게' 생명체 근거를 찾으려면 생성된 지 1000만년이 안 된 미세 분화구 또는 거기에서 분출된 물질을 찾아내 채취하는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또 물과 과염소산염(perchlorate)이 첨가되면 우주선의 아미노산 분해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화성에서 고대 생명체 존재의 증거인 아미노산을 찾으려면 최소 2m 이상 굴착해야 가능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NASA를 포함한 과학자들을 이를 예상하고 2m 이상 굴착 가능한 로버를 화성에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럽우주청(ESA)이 러시아와 함께 추진하다 최근 결별한 엑소마스(ExoMars) 미션이 바로 그것이다.
◇생각보다 어려운 우주에서 땅파기
엑소마스 미션이 실행되고 2m 짜리 드릴을 가진 로버가 도착하더라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땅파기'는 최고난도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NASA가 겪은 실패가 대표적 사례다. NASA는 화성 착륙선 인사이트호에 실린 굴착 장치, 일명 '두더지(mole)'을 통해 최소 3~5m까지 굴착해 화성 지각 내부 구조를 연구할 계획이었다. 두더지는 길이 40cm, 지름 2.7cm의 티타늄 관으로 된 파일드라이버, 즉 천공기였다. 토양 표면에 관을 꽂은 다음 내부에 장착된 망치를 두드리면서 조금씩 깊이 파 내려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2019년 2월 29일 시작된 두더지의 망치질은 첫 한달 동안 30cm를 전진한 후 더 이상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장비를 개발한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이후 1년 반 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지막에 500번의 해머링을 시도한 후 지난해 1월9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토양이 너무 푹신하거나 잘 뭉쳐 있을 경우, 단단한 암석에 부딪혔을 경우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아무도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태다.
2012년 화성에 간 큐리오시티 로버도 마찬가지다. 태양전지보다 훨씬 강한 원자력 전지까지 동원해 20여곳에서 드릴을 돌렸지만 굴착 깊이는 겨우 6.4cm에 그치고 말았다. 지구에서 쓰는 대형 드릴을 가지고 간다면 다를 수도 있지만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 소모가 필요해 불가능하다.
사람이 직접 파는 것도 마찬가지다. 1970년 초반 실시된 아폴로 15, 16, 17호의 달 탐사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길이 3m의 드릴을 동원했지만 고난을 겪었다. 표면에는 고운 흙이 있었지만 속은 매우 단단했기 때문이다. 아폴로 15호가 3일간 드릴을 돌렸지만 겨우 1.6m 파는데 그쳤다. 아폴로 16호는 장비 고장으로 작업을 하지도 못했다. 마지막이었던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이 겨우 2.92m까지 뚫고 열흐름 감지기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옛 소련의 루나 24호(1976년), 중국의 창어 5호(2020년)은 무인 임무로 2m 구멍을 뚫어 달 암석을 채취하기도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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