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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의문사' 이란 시위 13일째 지속…국제 사회로 갈등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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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 사회 문제 '중첩'…각계각층 참여하는 반정부 시위로
인권단체 "약 2주간 시위 참여자 최소 83명 사망"
국제 사회 압박 커지지만…이란 대통령 "폭동 용인 불가, 엄청 대처할 것"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란 대사관 앞에서 서방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단체 '이란국민저항위원회'(NCRI)의 망명 이란인들이 이란에서 최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란 대사관 앞에서 서방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단체 '이란국민저항위원회'(NCRI)의 망명 이란인들이 이란에서 최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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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이른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가 13일째 지속되고 있다. 시위는 이란은 물론 중동,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각지로 번지고 있지만 이란 정부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이란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마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노르웨이 소재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약 2주간 시위에 참여한 최소 8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트위터를 통해 보안군이 이날 최소 28명의 언론인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의 쿠르드족 마을인 사케즈 출신의 아미니는 지난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여성 복장 규정을 단속하는 이슬람의 도덕 경찰에 의해 "부적합한 복장"으로 체포된 뒤 의문사했다. 당시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신체에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미니는 구금 후 수 시간 만에 혼수상태에 빠졌고, 사흘 만에 사망했다.


반정부 시위는 지난 17일 아미니의 장례식 직후 시작됐다. 아미니가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는 증언이 속속 등장했지만, 이란 경찰은 아미니의 사망 원인을 '심장발작'이라고 주장하면서 분노가 커졌다. 이후 젊은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히잡을 벗어 찢은 뒤 불태우는 영상이 게재하면서 항의했고, 시위는 이란 전역 80여개 지역으로 확산했다.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된 시위는 '자유' '권리' '민주화' 요구로 번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계층과 지역, 민족을 망라한 각계각층이 동참하며 확산하고 있다. 특히 12일 이상 장기 지속된 시위는 이례적인데, 이란에서는 집회·시위가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이다, 최근 있었던 대규모 시위는 2019년 휘발유 가격 상승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로, 당시 당국은 12일 동안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이란 전역으로 시위가 확대된 건 중첩됐던 사회 문제가 폭발적으로 분출한 영향으로 보인다. 관료 부패나 무능한 코로나19 대응, 경제 위기 등으로 보수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아미니 사망을 계기로 오랜 시간 누적된 히잡 강제 착용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히잡 미착용 의문사' 피해자인 마흐사 아미니(향년 22세)를 추모하는 시위가 한창인 2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수천 명이 이란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02~1989)와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3)의 사진을 들고 맞불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히잡 미착용 의문사' 피해자인 마흐사 아미니(향년 22세)를 추모하는 시위가 한창인 2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수천 명이 이란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02~1989)와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3)의 사진을 들고 맞불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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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이란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항의의 뜻을 담아 머리카락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인 이란 여성들을 따라 각국 여성들도 머리카락 자르기로 히잡 시위에 연대 표시하고 있다.


이란 정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26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풍속 경찰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또 미국은 이란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대(對)이란 제재 적용을 면제받는 인터넷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타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란이 인권을 무시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고, 우리는 지금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과 시위 탄압으로 그것을 다시 목도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이란의 이른바 풍속 경찰을 포함해 수십명의 개인과 단체에 제재를 가할 것임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독일도 이날 베를린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시위대 폭력 진압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라이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한 대국민 연설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반정부 시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며 "사건을 보고받고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폭동은 용인할 수 없다"며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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