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액 복권 당첨된 인도 남성 "가족 괴롭히는 것 멈춰 달라" 분통

아들 돼지저금통에서 돈 빌려 복권 구매 후 당첨
주 정부, 아눕에 재정 운용 교육 실시하는 등 도움 모색 중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사는 남성이 로또 당첨금을 나눠 달라는 사람들 성화에 못 이겨 이 집 저 집을 전전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6일 전했다. 사진=EPA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복권 1등에 당첨된 인도 남성이 당첨금을 나눠달라는 사람들 성화에 못 이겨 친척 집을 전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BBC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사는 아눕의 사연을 공개했다.

삼륜 오토바이 운전기사로 일하던 아눕은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날 계획이었다. 그는 지난 22년간 매주 복권을 구매해왔다. 말레이시아로 떠나기 전날에도 아들의 돼지저금통에서 돈을 빌려 복권 판매점으로 달려갔다.

두 장의 복권 중 고심 끝에 한 장을 선택한 아눕은 매주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낙첨이리라 생각하고 추첨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뒤늦게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결과는 1등 당첨이었다.

아눕의 당첨은 인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주 정부에서 발행하는 이 복권은 최근 당첨금을 1억 2000만 루피(약 21억원)에서 2억 5000만 루피(약 43억원)로 인상했다. 역대 최고액 복권에 당첨된 아눕과 그의 가족은 연일 언론에 노출되며 한순간에 유명 인사가 됐다.

하지만 복권 당첨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눕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아눕의 당첨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그의 집을 찾아가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당첨됐을 때 너무 기뻤다. 사람들과 카메라가 집에 몰려왔고 우리는 행복했다"며, "그러나 상황은 곧 통제 불능이 됐다. 나는 집을 떠날 수도 없고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아이가 아파도 의사에게 데려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 차라리 3등이 됐으면 더 나았겠다"며 "나는 아직 어떤 돈도 받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이 말을 되풀이했는데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결국 아눕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을 통해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는 것을 멈춰 달라'며 호소했다.

세금을 제외하고 아눕이 받게 된 당첨금은 1억 5000만 루피(약 26억원)다. 주 정부는 그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정 관리 교육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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