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은행(BOJ)과 일본 정부가 지난 22일 엔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를 팔아 매수한 엔화 규모가 3조엔(약 29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외환시장 참가자의 분석을 통해 금액을 추산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BOJ가 전날 발표한 27일 당좌예금 잔고 전망에서 외환 개입을 반영하는 '재정 등 요인'에 의한 당좌예금 감소액은 3조6000억엔이었다. 단기금융회사의 추산으로 외환시장 개입이 없었다면 감소 예상액은 최대 7000억엔 수준으로, 이를 감안하면 외환 개입 규모는 2조9000억∼3조6000억엔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BOJ와 일본 정부가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한 1일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BOJ와 일본 정부가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 하루 최대 금액은 1998년 4월 10일의 2조6201억엔이었다.
재무성이 지난 22일 매수한 엔화 규모를 추후 정식 발표할 예정이지만 1998년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일 공산이 크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엔화 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어 개입 규모는 향후 전개 등을 생각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외화준비액 중 당국이 외환 개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국제결제은행(BIS)이나 타국 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약 1361억달러(8월 말 기준)다. 이를 엔화로 환산하면 약 19조7000억엔 수준이다. 여기서 3조엔을 반영하면 일본 외환 당국이 보유한 현금 '실탄' 중 15%를 사용한 것이 된다.
이러한 외환 당국의 개입에도 일본 엔화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때 달러당 145.90엔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개입으로 같은 날 140엔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44엔선까지 오른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는 "BOJ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 매입에 따른 시장 개입을 한 것을 두고 효과의 지속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날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일본 오사카시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는 엔화를 사는 외환시장 개입과 금융완화가 상충하는 것이 아닌지 따지는 질문이 집중됐다. 구로다 총재는 금융완화는 경기 회복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서 "목적도 효과도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그것이 조합돼 더욱 적절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 폴리시믹스(정책조합)다. 상호보완적이며 모순되거나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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