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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입어야"→"자금 지원"…유럽서 '구제금융' 쉬워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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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올겨울은 좀 더 따뜻하게 입어야 할 것 같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1973~1974년 석유파동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을 당시 겨울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향후 2~3번의 겨울을 더 이렇게 견뎌야 할 것 같다면서도 굶주리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독 정부는 자동차 속도 제한, 일요일 운전 금지 등의 조치로 석유 사용량을 줄여나갔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석유 배급제를, 이탈리아는 식당과 술집에 대한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5일(현지시간) 올해 유럽이 겪고 있는 에너지 대란과 50년 전인 1970년대 에너지 위기 당시의 정부 대응을 두고 큰 차이가 있다고 비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요즘 국가 정상들이 브란트처럼 옷을 더 입으라는 식으로 접근한다고 상상해보라"면서 "산업과 기업,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부의 재정 지원은 멀리 있지 않다. 이익은 사유화되지만, 실질적인 손실 또는 잠재적 손실이 확대되는 경우는 사회화된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이처럼 비교한 것은 최근 유럽 정부가 잇따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재정 지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최근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6.5%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내년에 쏟아내겠다고 발표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GDP의 3%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모두를 위한 구제금융의 시대(the era of bail-outs for everyone)'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50년 새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같은 문제를 두고 구제금융이라는 국가 대응이 나온 이유를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의 개입이 정당화된 사례를 만든 것이 하나의 이유로 언급됐다. 당시 미국이 은행과 모기지대출기관 등에 투입한 자금 규모가 GDP의 3.5%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시스템이 무너지면 나머지 경제가 무너진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값비싼 비용을 치른다는 것이 정부 개입 정당성의 논리가 됐다"고 전했다.

나머지 두 이유로는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제시됐다. 2020년 초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전 세계에서 봉쇄 조치가 불가피해지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고 정부가 돈풀기에 나서며 이를 해결했던 것이다. 여기에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유럽에서 급등하자 국가의 개입 외에는 선택권이 없다고 정치인들이 확신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유럽의 에너지 비용 부담은 지난해에 비해 2조유로(약 2800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국가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가가 시장을 내버려 뒀던 기존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면서 "한 세대에 연이어 세 차례 위기에 따른 타격이 누적되면서 정치적 논쟁의 기준을 바꿨다. 이제 정치인들은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기대치를 설정했다"고 전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학자금 대출 지원, 호주와 뉴질랜드의 생활비 보조금 지급 등 세계 곳곳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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