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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지 못한 책 많은데" 숨진 대학생들…통장엔 '정부 지원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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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극단적 선택한 보육원 출신 대학생들
'디딤씨앗 통장'에 정부 지원금 그대로 남아
"복잡한 절차에 출금 어려워…제도 개선 및 실태조사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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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자립 준비 청년들의 디딤씨앗통장에 정부 지원금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원금의 존재를 몰랐거나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통장의 사용 방식 개선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딤씨앗통장에 가입한 전국 대상자 4만5217명이 만기가 지났음에도 찾아가지 않는 적립금은 18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딤씨앗통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자산형성 지원사업의 일종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건전한 사회인을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매달 저소득 아동이 이 통장에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정부가 입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지원하는 식이다. 만 18세부터 학자금이나 주거비 등 특정 용도에서 만기 해지가 가능하다. 만 24세 이후로는 제한 없이 전액을 출금할 수 있다.


최근 광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립 준비 청년들도 이 통장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육원을 나와 올해 초 대학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A군(18)은 지난달 21일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보육원을 나올 때 받았던 지원금 약 700만원 가운데 대부분을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기숙사에 남긴 쪽지에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어 같은 달 24일엔 광주의 한 대학교에 다니던 B양(19)이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애가 있는 부모를 둔 B양은 보육원에서 지내다 지난해 아버지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두 사람의 통장엔 적립금과 정부 지원금 등 1165만원과 560만원이 모두 출금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들이 만기 된 통장을 해지하지 않은 이유는 출금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출금하기 위해선 증빙서를 지참해 지자체를 방문한 뒤 승인을 얻어 다시 은행에 지급 요청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와 더불어 통장 명의가 지자체로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 의원은 "디딤씨앗통장의 명의가 실소유주인 보호 대상 아동이 아니라 지자체인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본인 돈임에도 잘못된 행정절차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 청년들이 적립금을 제때 찾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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