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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2차 대전 후 첫 동원령…푸틴에겐 명분조차 필요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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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 침공 이후 80년만
젊은 남성들 국외 탈출 줄이어
독재자 집념이 나리를 위기로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들이 부분 동원령에 반발한 시위대를 체포해 연행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들이 부분 동원령에 반발한 시위대를 체포해 연행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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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의 보호를 위해 부분적인 동원령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전역에 부분 동원령을 선포했다.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 남성 중 30만명을 징집한다는 소식에 러시아 국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징집 대상인 젊은 남성들의 국외 탈출이 줄을 잇고,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연일 동원령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해외로 출국하는 항공권은 일제히 매진됐고, 대러 제재로 비자 발급 가격이 급등해 그나마 항공권 매입도 어려운 서민들은 육로로 국경을 넘어가고 있다. 인맥과 뇌물을 동원해 동원 대상에서 빠지려는 일부 특권층들의 꼼수도 러시아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혼란상은 동원령 선포 전부터 이미 예견돼 왔다. 지난 2월 개전 당시 일주일 내로 끝난다고 호언장담하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이 7개월을 넘기며 지지부진하더니 이젠 동원령까지 선포되면서 러시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란 단어는 지금까지 역사책에서나 등장하던 용어였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선포된 것은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 이후 80여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보다 약한 국가로 쳐들어간 침략전쟁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연일 국영 매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승전이 거듭되고 있다는 홍보영상만 봐왔던 러시아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러시아 정부가 예비역 30만명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동원령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전황이 악화할 경우 얼마든지 동원 대상이 대폭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100만명까지 징집 대상이 늘어날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강한 반감 및 저항과는 별개로 러시아가 과연 30만 대군을 징집해 전선으로 내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15만명의 병력도 개전 초부터 지휘체계 혼란으로 졸전을 보이며 최소 8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기록한 만큼, 2배가 넘는 30만명의 병력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것이다.


특히 대규모 동원령은 민·관·군의 협치와 정부의 우수한 행정력 및 효율적인 자원분배가 이뤄질 때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2차대전 당시 소련의 스탈린 정권도 동원령 초기 행정력 미비와 지휘계통 혼선으로 졸전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2000만명 이상의 동원 병력이 제대로 된 전투도 수행하지 못하고 의미없는 총알받이로 희생된 아픈 역사가 있다.


그나마 스탈린 정권의 동원령은 침략전쟁이 아닌 자국 방어를 위해 내려진 것이었기 때문에 소련 국민들은 큰 피해에도 나치 독일 침략군을 무찌르기 위한 일념으로 집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명분 없는 침략전쟁으로 빚어진 푸틴 정권의 동원령은 오히려 민심을 이반시키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독재자의 집념이 러시아를 어떤 위기까지 몰고 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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